"머리 짧으면 맞아야 하나"…분노한 여성들 '숏컷 캠페인' 활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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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짧은 페미 맞아야 돼" 폭행 사건 발생
분노한 여성들 "말도 안 돼" 숏컷 캠페인 전개
양궁 안산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생긴 캠페인
류호정·구혜선도 참여…2년 만에 재점화
6일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여성들이 해시태그 '#여성_숏컷_캠페인'을 달고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 이른바 '숏컷'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관련 게시물은 엑스에서만 전날부터 약 5000건이 넘게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캠페인은 전날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숏컷을 이유로 무차별 폭행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알려지자, 일부 여성들이 이에 분노하면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이 짧다고 폭행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말도 안 된다", "머리카락 짧으면 맞아야 하나", "여자가 숏컷 하면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냐", "장발 남자도 문제가 되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추측과 비난이 이어지자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여성 국대 선수 헤어스타일로 사상 검증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여성 선수 선전을 기원하며 #여성_숏컷_캠페인 어떤가요. 바야흐로 숏컷 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숏컷 캠페인을 제안하고 나섰다.정치인과 방송인들도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응원하면서 힘을 실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숏컷 사진을 올리며 "페미 같은 모습이란 건 없다. 우리는 허락받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당 심상정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리라"며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 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우 구혜선은 인스타그램에 "숏컷은 자유^^"라는 글과 함께 짧은 머리를 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도 자신의 숏컷 사진을 올리며 "너무 열이 받아서 올려본다. 숏컷이 왜?"라고 반문했다. 이 캠페인에는 당시 수만명이 동참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4일 새벽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2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진 A씨는 B씨가 '머리카락이 짧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말리려던 50대 손님 C씨도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A씨는 가게에 비치돼 있던 의자를 사용해 가격하기도 했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입고 귀 부위를 다쳤다. C씨는 어깨와 안면부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당시 B씨에게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