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가 동판에 새긴 '명품 판화'의 세계
입력
수정
지면A26
대구미술관 렘브란트展
네덜란드 거장의 판화 120점 전시
세밀한 표현 등 '내공' 돋보여
"웬만한 유화전보다 낫다" 호평
칼 안드레·윤석남 작품도 선보여
입장료 1000원으로 모두 관람

예외는 있다. 웬만한 대가의 회화만큼 후한 대접을 받는 판화도 있다. 한 장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미술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1606~1669)의 판화가 그렇다. ‘야경’ 등 빛의 효과를 절묘하게 표현한 유화로 유명한 렘브란트는 판화 분야에서도 ‘역대 최고’로 꼽히는 작가다. 동판을 긁어내 찍어낸 그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그의 작품들을 만나면, 왜 렘브란트의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는지 알 수 있다.
사진처럼 사실적인 거장의 동판화
렘브란트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대구행(行) 열차에 오르면 된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판화전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에 그의 동판화 120여 점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품으로 확인된 렘브란트의 동판화가 300종류 안팎인 걸 감안하면 3분의 1가량이 대구에 모인 셈이다. 네덜란드 렘브란트순회재단과 벨기에 판화 전문 미술관 뮤지엄 드리드의 전폭적인 협조 덕분이라는 설명이다.전시장 초입에 있는 ‘자화상’ 섹션에는 렘브란트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수없이 그리고 새기며 여러 표현과 기법을 연구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거리의 사람들’ 섹션에선 눈먼 바이올린 연주자, 거지 등 길 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어 하이라이트인 종교화와 풍경, 인물·초상 등으로 이어진다. 흑백에 크기도 겨우 손바닥만 하지만 한눈에 봐도 간단치 않은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칼 안드레·윤석남은 ‘덤’
대구미술관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시 외곽에 있는 데다 대중교통편도 많지 않아 서울은 물론 대구 시민조차 자주 찾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먼 길을 떠날 가치가 있는 전시들이다.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이 모든 전시를 볼 수 있다.
대구=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