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 개미 '환호'…"포퓰리즘에 그친다면 역풍 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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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3~4% '급등'공매도 금지 시행 첫날인 6일. 개미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그간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을 차지했던 이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 폭등하면서 증시가 크게 뛰면서다. 이차전지는 시가총액 규모가 큰 종목들로 이뤄져 이들이 크게 오르면 지수 등락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개인투자자 연합은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단순히 표 얻기 위한 정책에 그쳐선 안 되고, 진정성 있게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에 당부했다.
한투연 "공매도 금지 적극 환영"
공매도 금지 효과…코스피·코스닥 3~4% 껑충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각각 2.87%, 4.39%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회복한 건 지난달 19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코스닥도 전달 18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장중 800선을 웃돌았다.시총 규모가 큰 LG에너지솔루션(15.92%), POSCO홀딩스(11.19%), LG화학(7.01%), 포스코퓨처엠(22.86%), 에코프로비엠(20.87%), 에코프로(25.12%), 엘앤에프(14.82%)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공매도 금지 효과에 폭등하면서 지수가 크게 들썩이는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일 기준 공매도 비중(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금액) 1~2위를 각각 기록한 호텔신라(4.15%)와 롯데관광개발(4.45%)도 모두 4% 넘게 상승 중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공매도 거래대금 555억원, 434억원을 기록해 공매도 거래 상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코프로비엠(737억원), 에코프로(649억원), 엘앤에프(242억원) 등 세 종목이 나란히 3위권을 기록했다. 상반기 과도한 고평가 논란에 더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주가가 조정받자 이차전지주가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된 것이다.이 가운데 전날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은 이날부터 내년 6월 말까지다. 기존 공매도가 용됐던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에 대해서도 더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데다, 중동 전쟁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종이나 개별 종목 단에서는 이번 주부터 시장은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매도 금지에 대해 소급 적용은 되지 않더라도, 각 주식들에 대한 기존 공매도 포지션에 변화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차전지, 바이오와 같은 성장주, 면세, 여행, 유통 등 중국 소비·테마주들 이 공매도 잔고 금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상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투연 "공매도 금지, 적극 환영…표 얻기 위한 거라면 역풍 조심"
이날 공매도 금지 시행과 관련해 개인투자자 권익보호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민심을 수용한 점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정 대표는 "기간 안에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제도가 개선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개혁 차원의 대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불공정한 요소들이 아직도 공매도 제도에 녹아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만들어야 일방적으로 피해자 신분으로 전락한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아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우리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국민이 부자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정 대표는 또 "공매도로 인해 개인투자자 90%가량이 손실을 보는 반면, 공매도 주체인 외국인·기관은 개인 대비 39배(2021년 기준)를 벌어들였다는 통계도 있다"며 "이는 공매도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가 명백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내년 6월 말까지 시간이 없다"며 "여러 가지를 바꿔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과 같이 담보 비율을 외국인·기관, 개인 할 것 없이 130%로 통일시키고, 상환 기간 또한 외국인·기관·개인에 일괄적으로 90일을 적용해야 한다. 90일 후 강제 상환하게 한 다음에는 1개월간 재공매도를 금지해야만 확실한 공매도 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차입 공매도 관련 개인투자자의 상환 기간은 90일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제한이 없다. 담보 비율도 개인은 120%를 적용받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105%에 그친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그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 대표는 "공매도 금지 기간(내년 상반기까지) 안에 금융당국과 개인투자자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안이 도출됐으면 한다"면서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단 점을 정부·여당이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를 제대로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실천하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반드시 공매도 금지 기간 안에 개선안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