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화물중개 시장 탐나네"…통신사들 물류대전

공장 → 물류창고 '미들마일' 뛰어들어

SKT 티맵모빌리티 '티맵 화물' 선보여
KT '브로캐리'에 AI 덧붙여 업그레이드
LGU+ 디지털 플랫폼 '화물잇고' 론칭
물류업계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으로 불리는 미들마일 시장에 통신사들이 잇따라 뛰어들었다. 지난해 내놓은 중개 운송 플랫폼에 인공지능(AI)을 새로 덧붙인 KT, 주선사를 인수한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이 시장에 간접 진출하려는 SK텔레콤뿐 아니라 LG유플러스도 미들 마일 사업으로 3년 이내에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이 판에 뛰어들면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LGU+, 전국 43만 화물차 기사 겨냥


LG유플러스는 화물 운송 작업을 디지털로 전환한 플랫폼인 ‘화물잇고’를 지난달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화물 운송을 의뢰받아 차량을 배차하는 차주와 화물차 기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주선사가 웹으로 화물을 등록하면 차주가 모바일 앱에서 원하는 화물을 고르면 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세금계산서 발행, 인수증 관리, 보험료 지급 등의 업무도 할 수 있다.미들마일은 이름 그대로 물류의 중간 단계다. 물류산업은 운송 단계에 따라 퍼스트마일, 미들마일, 라스트마일로 나뉜다. 퍼스트 마일은 대형 물류사가 생산지에서 상품을 컨테이너로 들여오는 단계다. 삼성SDS, SK FSK L&S와 같은 대기업이 자리 잡은 시장이다. 라스트마일은 택배사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단계다. 쿠팡과 같은 e커머스 사업자들이 최근 두각을 나타낸 시장이다. 두 단계를 잇는 미들마일 시장은 시장 규모가 33조원에 달하지만, 업계 ‘절대강자’가 없다. 미들마일 사업을 하는 주선사 수만 1만여 곳에 달할 정도로 영세 사업자가 많다. 업무 대부분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차주의 고령화와 업계 관행이 맞물리면서 디지털화가 더뎠다.

LG유플러스는 전국 차주 43만 명을 겨냥한 앱 플랫폼으로 미들마일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화물잇고에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도입했다. 이 내비게이션은 화물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길이나 유턴 불가 구간, 터널·교량의 높이 제한 등을 반영해 최적 경로를 설정한다. 불량 화물과 상습 운임 미지급 화물을 걸러내는 기능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 후 3년 내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출시 초기엔 무료로 플랫폼을 운용하지만, 사업이 순항하면 월 정액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자율주행 트럭 기술 개발


SK텔레콤도 미들마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이 회사는 최근 트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마스오토와 협업하기로 했다. 미들마일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트럭 자율주행 기술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SK텔레콤 관계사인 티맵모빌리티도 지난 2월 화물 중개 플랫폼인 ‘티맵 화물’을 선보였다. 티맵모빌리티는 운송 요금 산출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티맵 화물은 이동 거리, 운송 시간, 화물 종류, 유가, 날씨 등을 고려해 화물에 따른 적정 운송 요금을 산출한다. 산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인수한 주선사 와이엘피를 통해 운송 데이터 111만여 건을 분석했다.KT는 지난해 5월 중개 운송 플랫폼 ‘브로캐리’를 선보이면서 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 4월엔 AI로 화물 추천과 운송 관제를 하는 기능을 도입한 ‘브로캐리 2.0’도 출시했다. 화주는 이 플랫폼으로 화물 도착 예상 시간과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최적의 운송 방법과 단가를 제공하는 물류 종합 컨설팅 서비스도 연계해 화주 고객들을 이 플랫폼으로 흡수하겠다는 게 KT의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AI컨택센터(AICC)에 이어 미들마일 시장을 차세대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나란히 점찍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발 빠른 시장 진입으로 택시 플랫폼 시장을 차지한 선례가 있었던 만큼 이들 업체도 외형을 빠르게 키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미들마일 시장을 노린다. 지난달 주선사와 차주를 중개하는 앱인 ‘카카오T 트럭커’를 선보였다. 이 앱은 차주들이 화물 종류나 상·하차 지역 등에 따라 주문을 고르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선사와 상생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와 손잡고 이 연합회가 운영하던 화물 정보망인 ‘화물마당’ 지분 49%를 사들였다. 지난 7월엔 화물마당을 고도화한 서비스인 ‘로지노트 플러스’를 출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