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인도 시장을 정복하는 3대 공식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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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떠오르는 신흥 시장입니다. 최근 다수 창업가가 공부에 열을 올리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일찌감치 인도행을 택하고, 현지에서 핀테크 사업을 일으켰습니다. 현재는 인도 중산층을 공략해 누적 다운로드 8000만 건, 매출액 약 700억원 매출액의 소액 대출 플랫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대표가 인도 진출을 고민하는 창업가를 위한 3가지 노하우를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공개합니다.
밸런스히어로를 창업한 지 9년이 지났다. 창업 당시에 많은 이들로부터 ‘왜 이렇게 어려운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인도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했지만,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인도 내에서도 중하위 소득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결과적으로 많은 위기를 넘고 지금은 몇 안 되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핀테크 기업이 됐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처럼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도전의 여정 가운데 있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인도 역시 주요한 나라로 눈여겨보길 바란다. 앞으로 더 커질 인도 시장에서 우리와 함께 성장할 ‘K스타트업’이 필요하다. 밸런스히어로 역시 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시장 조사부터 시작해 9년 이상 인도 시장에 몸담아 오면서 여러 가지로 쌓은 노하우와 수많은 실패와 몇 가지 성공의 경험에 기반해서 후배 스타트업에 몇 가지 ‘팁’을 전한다.
중산층 인구만 10억명인 인도
우선, 왜 인도인가? 새로운 비즈니스 시작의 3대 원칙인 시장의 크기, 시장의 성장 속도, 시장의 성숙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인도의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최적의 시장이다.인도를 진출 국가로 설정했다면, 첫번째 팁은 인도 내에서도 ‘중하위 메이저 시장을 중심으로 플레이를 시작하라’다. 중하위 시장은 10억에 달하는 인도 중산층을 의미한다. 1997년에 공개된 후 경제 전반을 비롯해 스타트업 영역에서 교과서처럼 활용되고 있는 경제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저서 <파괴적 혁신>에 따르면, 파괴적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업적 기회는 기존에 주목받지 못하던 니치 시장, 하위시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요약하자면 ‘밑바닥부터 공략하라’는 것이다. 인도는 대부분이 발전 초기에 있기 때문에 모두 높은 성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상위 1~2억 명과 하위 1~2억 명을 제외한 10억 명의 인도 중산층 시장은 시장의 크기, 성장의 속도라는 관점에서 압도적이다. 시장도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경쟁이 선진국들처럼 치열하지도 않다.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파괴적 기술’이 바꾸어놓고 있는 전체적인 혁신은 중하위 시장에서 더 크게 힘을 발휘한다.
인도는 '3개 나라'가 하나다
두 번째로는 ‘세그먼트 플레이어(Segment player)’가 되라’다. 우리는 스스로를 세그멘트 플레이어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금융의 특정 영역보다 인도 중산층이라 부르는 중하위층의 성격과 특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사업자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밸런스히어로는 타깃이 월 급여가 3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이면서 월평균 20~30만원을 대출하는 인도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다. 이러한 타깃 설정은 밸런스히어로가 서비스를 하면서 설정한 우리만의 세그멘트인데, 인도는 이 세그먼트의 인구가 약 10억명에 육박하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인구가 적거나 이미 성장한 선진국의 경우 세그먼트를 늘려야 하지만, 인도는 세그먼트를 설정하고 이 안에서의 플레이에 집중하면 된다. 만약 밸런스히어로가 이렇게 특정 타깃층이 아닌 보편적인 인도 내의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접근했다면, 지금과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만들고 여기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세 번째로는 ‘인도를 하나의 나라가 아닌 권역, 지역, 계층별로 나눠 접근하라’다. 인도는 물론 세계에는 한국처럼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권의 나라가 아닌 나라가 더 많고, 따라서 접근법도 비즈니스 방식도 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도는 크게 3개 나라가 한 나라로 묶여있다고 보는데, 극빈층과 중산층, 그리고 재산도 많고 계급도 높은 상류층이 각각 하나의 나라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섞이지 않으면서도 인도라는 하나의 나라에 속해있다.
게다가 크기도 커서 각 지역별로 언어는 물론 종교, 문화도 다양하다. 현재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에서 총 7개 언어를 지원하고 각 지역, 계급, 종교적 특성에 맞게 구분된 마케팅과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밸런스히어로가 일으키는 대출 중 40%는 극빈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문맹률도 낮은 남부 지역에서 나오며, 따라서 남부 지역과 북부 지역의 마케팅 전략도 다르게 가져간다.
'창업 혁신', 개도국에서 효과 더 커
스타트업을 하는 이들에게 인도는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주창한 ‘제로투원(0 to 1)’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시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선진국이나 발전된 나라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이미 그 국가의 고객들은 높은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고 있으므로 핀테크가 제공하는 가치는 기존에 누리던 100 수준에서 150 혹은 200 정도로 편의성이 개선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스마트폰이라는 파괴적 기술에 기반해서 온라인에서 결제가 안되던 것이 결제되고,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대출을 받는, 못 누리던 서비스를 누리게 되는 0에서 100이 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특히 인도에서는 스타트업이 기여할 수 있는 폭의 차원이 다르다.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도 잘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밸런스히어로의 사업지가 높은 성장성을 가진 인도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밸런스히어로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인도 내 모라토리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출 서비스의 부도율이 크게 올라가는 위기를 겪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인도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했으며, 그간 우리가 이룩해 온 것들과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와 잠재력에 대한 동의를 얻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며, 이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강력한 힘은 시장의 성장성과 그에 대한 믿음이다.
인도는 어려운 시장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자,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주장한다. 어차피 스타트업을 하기로 했다는 것은 정상 범주에서 뛰쳐나왔는 것이고, 조금 더 정상 범주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며, 조금 더 눈을 돌려 훨씬 더 큰 시장인 인도나 개발도상국에서 시작하라고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K스타트업을 인도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 시카고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 리얼 네트워크(전 와이더댄) 아태사업팀장
△ 엑세스모바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