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이면 돼요"…월 500만원씩 버는 비결 봤더니 [방준식의 N잡 시대]

'런드리24' 운영하는 방송작가
총 1.5억 투자해 무인 셀프 빨래방 도전
자리잡기 전까지 매일 출근하며 소통
"CCTV 통해 앱으로도 관리 가능하죠"
저는 24년 차 방송작가입니다. 코로나19 기간에 5개월 동안 일이 끊겼던 적이 있었어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셀프 빨래방에 도전했습니다. 하루 2시간만 관리를 하면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과연 실제로 시간이 얼마나 들여야 할지 몰라 두려움도 컸어요. 그렇게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하루에 손님이 2명에서 10명까지 들쭉날쭉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6개월 동안은 매일 출근했어요. 고객들과 인사도 하고 사용법도 알려드리면서 소통했죠. 주변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면서 고객으로 만들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게시판을 만들어 포스트잇으로 불편 사항을 쓸 수 있도록 했죠. (웃음)
이작가(닉네임 45) 씨가 운영하고 있는 셀프 빨래방에서 키오스크 이용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네 세탁소가 사라진 자리를 '무인 셀프 빨래방'이 대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세탁소 개수는 2만400여개(2022년 6월 기준)로 지난 1년 새 2000여개가 줄었다. 반면에 세탁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통계청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세탁시장은 올해 5조7000억원 수준으로 2028년에는 7조2000억원으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세탁 대행과 수거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를 앞세워 점포를 확대 중이다. 무인화를 통해 별도 인건비도 들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런드리24'를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방송작가 '이작가(닉네임)'의 이야기다.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24년 차 방송작가 이작가(닉네임·45) 입니다. 저는 지상파와 종편에서 예능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주로 음악 관련 예능을 주로 맡았었죠. 아무래도 프리랜서다 보니 일이 계속 들어오지는 않아요. 그러다 3년 전에 4~5개월간 일이 뚝 끊기던 시기가 있었어요. 계속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나 답답했죠. 나이도 점점 들어가다 보니 혼자서 주체적으로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더군요.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셀프 빨래방 운영에 도전했습니다."

Q. 어떻게 빨래방을 하시게 됐나요.
"사실 자영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했던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셀프 빨래방에 드라이클리닝까지 가능한 아이템이 있다고 들었어요. 비대면으로 운영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었죠. 하루에 2시간만 투자하면 된다고 하니 출퇴근이나 밤늦게 일할 때는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본업인 작가 일을 유지하면서 상주하지 않고도 가능할 것으로 봤어요. 저는 어떤 일이든 무작정 해보자는 성격이어서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했죠."
이작가(45) 씨가 운영하고 있는 셀프 빨래방 내부 모습.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과연 내가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할지 몰라 두려움이 컸어요. 3~4개월은 매일 출근했습니다. 자리를 잡기까지 6개월이 걸렸죠. 저는 고객들과 소통을 많이 했어요. 세탁 건조기 사용 방법도 알려드리며 인사도 하고, 건조기용 드라이시트(종이 섬유유연제)도 무료로 챙겨 드렸죠. 지금은 이틀에 한 번 정도 갑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청소가 주된 일이죠. 본업을 하면서 급한 일이 생길 경우에는 아버지가 도와주시긴 해요. 드라이클리닝 스테이션은 세탁물을 맡기고 찾는 과정과 결제를 모두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점주가 할 일은 비닐을 걸어놓거나 영수증 종이를 갈아주는 일 정도죠.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 내 설치된 CCTV 영상을 볼 수 있어요. 하루 주간 한 달 단위로 매출과 고객 현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어디에 매장을 낼 것인가가 문제였어요.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려면 주변에 오피스텔 등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야 합니다. 이불 같은 대형 세탁이 어려운 빌라가 많은 곳을 찾았죠. 주요 소비층과 장점 같은 상권 분석을 한 뒤, 실제 현장에 가서 유동 인구도 확인했죠. 위치는 집에서 차로 20분, 지하철로 6정거장으로 가까운 편입니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경우 대처가 가능하죠."

Q. 임대는 어떤 형태인가요.
"지하철 역세권이라 임대료가 저렴하진 않았어요. 월 임대비용 마지노선을 200만원 이하로 잡았습니다. 그 이상이 되면 이익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초기 투자금은 1억5000만원이었어요. 그중에서 상가 보증금이 3000만원이었습니다. 투자금은 △세탁기 △건조기 △드라이 스테이션 설치 △인테리어에 들어갔죠. 위치는 1층이지만 대로변에 인접하지 않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오피스텔 입구 옆이라 접근성이 좋죠. 출·퇴근자들도 유입이 되고 있어요. 규모는 12평(약 39㎡)으로 △30㎏짜리 세탁기 2대 △20㎏짜리 1대 △건조기 4대와 한쪽 벽면에는 드라이클리닝 옷을 셀프로 맡길 수 있는 스테이션을 설치했습니다."

Q. 무인점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20대 고객인데, 초반에 인사하면서 얼굴을 익혔어요. 무인으로 운영하지만, 알아서 의자 정리도 해주시고 깨끗하게 사용해주고 계세요.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CCTV를 통해 보고 청소하러 가기도 하죠. 주변 상가와도 소통해요. 주변에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면서 인사를 했어요. 미용실에서 수건을 많이 쓰잖아요. 의도 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 매장으로 세탁을 하러 오시더라고요. 실장님이 어느 날 바닥에 쓰레기를 치워 주셨던 일도 있어요. 저도 감사 인사와 보답을 하기도 했죠. 1인 PT를 하는 헬스장도 많아 운동복과 수건을 세탁하러 오기도 해요. 그 밖에 게스트하우스나 외국인 여행객도 많이 오죠."
무인 세탁소 한 켠에 마련한 소통 공간. 이용자들의 후기들이 달린 포스트잇이 빼곡하다.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2021년 7월에 문을 열어 이제 4년 차입니다. 자리 잡는 데 6개월이 걸렸어요. 인테리어 공사가 아직 안 끝났는데 첫 손님이 왔었어요. 속으로 '대박이 나려나' 싶었죠. 하지만 어떤 날은 2명이 오고, 10명도 오고 들쭉날쭉했었어요. 3개월 동안 지켜보면서 개선점을 찾았어요. 대부분 20대 고객이 많은데 현금을 코인으로 바꾸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전부 신용카드 단말기를 달았죠. 그 후부터 매출이 정말 많이 뛰었습니다. 보통 3월부터 11월까지는 성수기, 12월부터 2월까지는 비수기입니다. 월 매출은 500만원 정도까지 나오기도 하고 있어요.

Q. 한 달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수도세와 도시가스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갑니다. 월세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관리비(수도 포함), 도시가스를 합하면 월세 정도 나옵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수록 많이 나올 수밖에 없죠. 공공 비용이 상승하면서 과거 2년 전보다 비용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로는 세탁기 고장이 발생할 때가 있어요. 본사에 담당 업체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AS까지 1주일이 걸리기도 하죠. 처음 1년은 무료지만 이후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상업용 세탁기다 보니 가정용보다 비싸요. 그 밖에 모니터가 고장이 나거나 배수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었죠."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허들이 낮은 사업인 것 같아요. 청소를 열심히 하는 분에게는 더욱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저처럼 이틀에 한 번 청소하는 사람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어요. 본업이 있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도 출퇴근길 2시간만 들이면 운영할 수 있어요. 저는 새벽에 잠이 안 올 때는 매장에 가기도 해요. 창업 비용이 조금 높은 점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설비 시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지속해서 10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에요. 20대나 60대 이상도 초기 투자금만 있다면 저보다 훨씬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