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홈런' 종근당…국산 신약 개발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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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구한 단백질 변형 물질전통제약사 종근당이 대형 기술수출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노바티스와 최대 13억5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으면서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쌓아온 국내 제약사 기술수출 역사에 종근당까지 가세하면서 국산 신약 개발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6일 종근당에 따르면 이번에 기술수출한 ‘CKD-510’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0년부터다. 종근당은 그동안 특정 효소(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활동을 저해하는 신약 후보물질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후성 유전’으로 잘 알려진 단백질 변형(아세틸화)에 영향을 주는 세포 활동을 억제해 질환을 치료하는 원리다.HDAC6 저해제는 그동안 항암제 개발에 많이 활용됐다. 종근당은 암 이외 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췄다. HDAC6를 억제하면 신경 퇴행성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치매, 헌팅턴병 치료제 연구 등을 이어왔다. 희귀 근육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도 그중 하나다. 프랑스에서 유럽 임상 1상시험을 마쳤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 수요가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3월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희귀근육병 치료제 1상 마쳐
'수출 가뭄' 국산 신약업계 숨통
심장질환 치료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유럽심장학회에서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 치료에 CKD-510을 활용한 동물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약효가 크지 않고 부작용도 심한 기존 치료제와 달리 질환의 근본 원인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종근당과 노바티스의 거래 규모가 커진 데에는 이런 확장 가능성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평가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혁신 신약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술수출 계약은 주요한 전환점이 됐다. 신약 개발 이력이 길지 않은 국내 기업이 단숨에 글로벌 표준화된 임상시험 절차, 규제 과학 등을 익힐 수 있어서다. 올 들어 의료기기 분야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 거래가 이뤄진 것과 달리 국내 신약개발 분야에선 이렇다 할 대형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기술수출 가뭄’을 겪는 업계에 숨통을 터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종근당은 후속 신약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임상 1상시험 단계인 이중항체 항암제 ‘CKD-702’,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의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매년 매출의 12% 이상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해왔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