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특구' 도전장

자유특구서 쌓은 실증기반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 토대 마련
유니콘 기업 생태계 구축 제시

이강덕 "2차전지 특화단지 연계
지역균형발전 새 모델 만들 것"
지난달 포항시청에서 1000억원 규모의 블루밸리산업단지 배터리 리사이클링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달희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욱한 진성SH신에너지 대표, 리야오 중국 광둥 진성에너지 대표,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박용선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포항시 제공
국내 최대 배터리(2차전지) 소재 생산기지인 경북 포항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다지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고부가가치 작업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비해 포항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특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선다”고 말했다.포항은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4년 동안 국내 유일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운영됐다. 이 기간에 포항시는 배터리 재활용 분야 실증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양극재 생산 1위 기업인 에코프로는 영일만산업단지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해 수산화리튬-전구체-양극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자기완결적 배터리 생태계(Closed Loop Eco-System)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양극 소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 등 폐기대상물(스크랩)을 에코프로씨엔지로 가져와 핵심 소재를 추출, 이를 다시 에코프로비엠 등에 소재로 공급하는 식이다.

GS건설의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도 오는 12월 영일만산단에 연간 2만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한다. 이 시장은 “산업계의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지원하는 관련 인프라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블루밸리산단에는 지상 3층, 연면적 3544㎡ 규모의 2차전지 종합관리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 1000여 개를 보관하고 잔존 가치 성능 평가와 등급 분류 등을 통해 재활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이 완료된 배터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포항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안전 보급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상용화 기반 구축사업을 맡을 지방자치단체로도 선정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 특구 실증을 기반으로 환경부, 산업부의 사용 후 배터리 성능 평가와 등급 분류, 재사용, 재활용 기준 등 관련 법령 10건을 정비해 사용 후 배터리산업 활성화의 토대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혁신특구 지정을 통해 기존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서 쌓은 고도의 실증 기반과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관련 분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글로벌 배터리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2차전지 특화단지와 연계해 글로벌 혁신특구, 기회발전특구, 기업 혁신파크 등 투자 유치 인프라를 구축해 2차전지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며 “옛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대신하는 전지보국(電池報國) 정신으로 지역 균형발전의 새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