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랴부랴 공매도 청산…"단기 쇼트커버링 장세 나타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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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 134P 급등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첫날인 6일 2차전지 관련주 등 그동안 공매도에 시달린 종목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헤지펀드들이 서둘러 쇼트커버링(주식을 되갚기 위해 사들이는 것)에 나서면서 주가가 폭등한 것이다.
외국인, 1.2兆 가까이 폭풍 매수
공매도 억눌린 2차전지株 축포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상한가
"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단기 상승"
중장기적으론 외국인 이탈 불러
일부 "시장 왜곡 커진다" 부정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쇼트커버링 효과가 당분간 더 이어져 지수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과거 공매도 전면 중단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해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2차전지주 집중 매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11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70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업계는 이 중 상당 비중이 공매도 청산을 위한 쇼트커버 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쇼트커버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투자자가 이를 갚으려고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이날 상한가로 마감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코스닥시장 하루 평균 공매도량 1위 종목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22.76% 상승)이 1위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기도 했다. 포스코퓨처엠(29.93%), 엘앤에프(25.30%), 포스코홀딩스(19.18%), SKC(13.47%), 호텔신라(5.85%) 등 최근 공매도 거래가 집중된 종목이 대부분 강세를 나타냈다.공매도 거래가 금지돼도 그전에 공매도를 걸어놓은 주식을 거둬들이는 건 가능하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두 종목에 걸려 있는 쇼트(공매도) 포지션만 2조원대”라며 “롤오버(선물 재매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쇼트커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각각 649억원, 7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연말 기관투자가의 북 클로징(장부 마감) 효과와 개인투자자의 추종 매수까지 더해지면 2차전지주 등 공매도 비중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나타나도 이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공매도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단기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매도 금지 효과는 단기적”
이번 공매도 금지는 그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하루 만에 5.66% 급등하며 단숨에 2500선을 탈환했다. 코스닥지수도 7% 이상 올랐고, 오전엔 과열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하지만 공매도 금지라는 특단책에 따른 증시 상승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분간은 공매도가 쌓인 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재료가 소멸하면 다시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공매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1일까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2011년 8월 10일부터 그해 11월 9일까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3월 13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 세 차례 금지된 바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뒤 23% 떨어졌다. 2011년에는 보합세였고 2020년에는 5% 상승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시장 환경과 기업 실적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외국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개인투자자는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2차전지주는 전망이 어두운 게 사실”이라며 “주가에 거품이 낀 상태로 한꺼번에 터질 경우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