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美 인플레 압력 여전…Fed, 금리 한차례 더 올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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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세계은행 '서울포럼'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긴축이 끝났다’고 보는 시장의 견해는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리정책 만들때
국내 측면만 분석해선 안돼"
서머스 전 장관은 6일 한국은행과 세계은행(WB)이 공동으로 주최한 서울포럼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화상으로 대담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 1일 Fed의 정책금리 동결에 관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호를 충분히 줬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Fed의 긴축이 끝났다는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서머스 전 장관은 “경제가 견조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며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필요는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중립금리가 하락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 총재의 의견에 서머스 전 장관은 “국내적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실수”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무역 흑자국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중립금리가 세계 중립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 관해선 “지난 40년 중 지금이 가장 지정학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의 스트레스에 대해 테스트하고,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너무 부정적인 ‘개별 사건(event)’보단 긍정적인 ‘트렌드’를 더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 성장세에 관해선 “과거 몇 년 동안보다 상당히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달 서머스 전 장관이 앵거스 디턴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담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효율성보다 평등과 공정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시 지원금 등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정책 결정에 많은 제약이 되고 있다”며 “정책입안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문해력, 아동 사망률, 기대수명 등 인간개발지수(HDI)는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수준과 비슷하다”며 “평등과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는 느린 에스컬레이터(저성장)보다 빠른 에스컬레이터(고성장)가 훨씬 더 낫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