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불 붙지 않게 자르라"...짧은 발레 스커트 탄생 비화

[arte] 손태선의 그림과 발레 사이
사람은 어느 시기에나 죽지 않을 만큼 힘든 고민거리가 있다. 그런 상황에선 그 일만 생각하면,너무나 힘든 나머지 죽어버리는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가 된다.

19세기 전반 유럽에서 낭만주의 발레가 유행할 때 발레리나들은 무릎까지 오는 발레 스커트를 입었다(길고 여러 겹으로 되어 있음. 지젤과 라실피드의 의상으로, 환상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 연출). 당시에는 무대와 객석에 촛불을 켜놓고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발레리나의 긴 스커트에 불이 붙는 사건이 잦았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해결 방안으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스커트 자르기'였다. 당사로서는 파격적으로 짧게 잘랐다. 여기에 고전주의 발레가 유행하면서 클레식 튀튀라는 새로운 의상이 생겨나게 됐다.(접시처럼 생긴 짧은 스커트로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 의상으로 발랄하고 테크니컬한 동작에 적합)
이렇게 짧은 발레 스커트가 생겨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조가 나올 게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현대 발레는 고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고전 발레의 형식을 깨뜨린 다양한 컨템퍼러리 발레가 등장하고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그런 예다.

왕자는 언제나 등장한다. 하지만 매튜 본의 왕자는 여리고 나약하다(언제나 백조 인형을 들고 다님). 이런 왕자가 처음으로 반한 상대는 예쁘지만 격조 없는 여인으로, 왕자의 비서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체우기 위하 고용한 여자다. 이를 알게 된 왕자는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려고 마음먹는다.

이 때 자신이 늘 들고 다니던 백조인형이 실제가 되어 나타난다. 백조의 보호를 받게 된 왕자는 자신의 영혼을 위로하는 유일한 존재이자 사랑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왕자가 백조를 구하지만, 매튜 본의 작품에서는 남자 백조가 왕자를 구한다. 세계 각국의 왕족들이 초대된 무도회에서 왕자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백조와 닮은 남자의 등장에 흔들린다.이 남자는 묘한 매력으로 공주들과 여왕을 유혹한다. 왕자는 자신의 어머니인 여왕을 유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다가 방에 감금된다. 왕자는 다량의 진정제를 맞고 몽롱해진다. 왕자의 침대 밑에서 백조들이 나와 왕자를 위협한다. 이 때 왕자의 사랑의 백조가 나타나 왕자를 안는다. 왕자는 사랑의 백조 품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알게된 여왕은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매튜 본의 발레리노들.그림3,컨템퍼러리발레를 표현한 그림)
매튜 본의 새로운 시도는 참신했다.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누구에게도 묶여 있지 않다. 친구와 적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붓만 들면 주위 환경과 계급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따금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침묵은 긍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