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와 구글이 잘하는 '이것'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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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본사인 AB인베브와 구글이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의 목표를 공유해 성과를 올리는 것인데요. 구성원에게 회사와 팀의 목표를 공유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렇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신가요?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전합니다.“회사와 팀의 목표를 알고 있나요?” 최근 기업의 목표관리(MBO·Management by Objectives)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만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의 임직원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명확히 알고 있다'고 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과 혼동하거나, 매출 등 재무적 목표만 파악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마이크로소프트의 의뢰로 포레스터컨설팅이 지난해 12월 조사한 결과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 조사에서 '회사의 목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39%에 그쳤다. 앞서 베인앤컴퍼니의 조사 결과에서도 40%의 응답자만이 '회사의 전략과 핵심 목표를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AB인베브와 구글이 잘하는 이것
목표관리는 구성원들이 목표에 대해 상급자와 합의하고, 통상 1년 동안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런데 구성원 각자가 회사 및 팀의 목표와 정렬(align)되지 않은 개인 목표만을 추구한다면, 방향성을 제시하고 개인의 노력을 통합하는 등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이점이 발휘되기 어렵다.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MBO는 iMBO, OKR(Objectives and Key Result·목표와 핵심 결과)로 진화하면서 투명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는 목표를 공유해 성과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오비맥주의 본사이자 세계 최대의 맥주 제조업체인 AB인베브와 구글을 꼽았다.
1989년 브라질 맥주 제조업체 브라흐마를 매입한 마르셀 텔레스는 무역업자로서 거래 현장에 투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개별 양조장의 목표를 공유했다. 그러자 실적이 저조한 양조장의 관리자가 실적이 더 높은 양조장에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는 전했다. 구글은 개인의 현재는 물론 과거 목표까지 공유돼 있다.
큰 그림을 보면 성과가 오른다
조직 개편, 인력 감축 등 민감한 인사 결정,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인수합병 등을 다루는 목표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경우엔 조직에 목표를 공유하는 것의 이점이 크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구성원이 회사와 팀의 목표를 이해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6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2.4%의 응답자가 자신이 수행한 일의 품질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때 일을 더 잘한다고 답했다.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중요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속 리더의 목표를 알게 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HBR에 따르면 주변 동료가 자신의 목표를 알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답한 비율이 92%에 달했다. 상급자에게 목표를 공유할 경우 더 전념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도 물론 작용하겠지만 목표를 공유할 경우 기대되는 성과의 수준을 가시화할 수 있고 성과 향상을 위해 더 나은 방법에 대한 피드백과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리더가 자신의 목표를 공유하는 것으로 모범을 보일 수 있다. 구성원이 직속 리더의 목표를 알고, 자신의 목표가 리더와 조직의 목표에 정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즉 자기 일이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직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 개인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힐 경우 리더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필요한 지원이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형성된다.
목표 정렬은 조직의 높은 성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HBR의 조사는 고성과자의 경우 개인 목표와 회사 목표 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밝혔고, 맥킨지의 조사에서는 효과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을 갖춘 회사의 구성원 91%가 본인의 목표와 회사의 우선순위가 연결돼 있다고 답했다.
중간 지대에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
마지막으로 팀 간 공동의 목표 수립을 함으로써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
가상의 소프트웨어 기업 A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어느 회사든 각 팀의 역할 상 일종의 중간 지대에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세일즈를 통해 유입된 고객은 구매 결정 이후엔 고객 서비스(CS)의 대상이 되고 이 ‘전환'의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기능이 구현되지 않는다'와 같은 고객의 불만이 제기되곤 한다.
왜 이런 불만이 제기된 걸까. 세일즈 담당자가 팀의 목표인 계약 체결에만 집중해 고객 미팅에서 스펙에 대해 얼버무렸거나, 고객 요청사항에 담겨 있는 복잡한 뉘앙스를 꼼꼼히 문서에 남겨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 근본적인 원인은 세일즈팀과 고객서비스팀이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팀 간 협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협업을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추구할 목표와 가치를 명시적으로 정하는 것에 있다. A사의 사례에서는 ‘구매 결정 후 설치 과정에서의 고객 불만 해소'라는 구체적인 과제를 해결해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을 세일즈팀과 고객서비스팀의 공동 목표로 수립할 수 있다.공동의 목표를 수립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 목표의 경우에도 관련 부서 담당자를 협업자로 지정할 경우, 더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