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테헤란로에 배달로봇 달린다…강남구·배민 '맞손'

배달의민족 배달로봇 '딜리'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 강남구청 제공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이달부터 로봇이 횡단보도를 건너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구청장 조성명)는 올 연말까지 테헤란로 일대에서 우아한형제들(브랜드명 ‘배달의민족’)의 로봇 ‘딜리’가 길거리를 지나 음식을 배달하도록 하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 실증사업을 진행한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강남구, 서울시, LG전자, WTC서울, LX한국국토정보공사 등 5개 기관과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실내와 실외를 오가는 배달로봇을 실제로 운영해 보고 현장적용 가능성을 판단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실외 배달로봇의 동선 / 강남구청 제공
음식배달용 로봇은 이미 곳곳에서 사용 중이다. 식당 내에서 사용되는 배달로봇은 종업원 고용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기 판교의 네이버1784 사옥 등에선 로봇이 실내 여러 층을 오르내리며 커피나 샌드위치를 배달하는 일을 능숙하게 맡고 있다. 컨소시엄도 작년 10월31일부터 9대의 로봇이 코엑스몰에서 트레이드타워 사무실까지 오가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실외에서 음식배달을 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센서를 이용해서 걸어가는 사람, 장애물, 차량 등을 피해야 한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인식해서 제때 건너야 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컨소시엄은 실내 배달로봇과 실외 배달로봇을 구분해서 일단 실내 배달로봇이 코엑스몰 매장에서 음식을 받아서 코엑스 서문(도심공항타워) 출입구까지 간 다음 실외 로봇에게 넘겨주면 실외로봇이 테헤란로 일대 지정된 건물 6곳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한 로봇을 도입해서 실증사업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로봇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로봇 바퀴 6개는 제각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을 달아서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음식이 덜 쏟아지게 만들었다. 로봇의 키(72㎝)는 보통 책상 높이 정도로 사용자가 크게 몸을 굽히지 않고 음식을 꺼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강남구는 로봇의 자율주행을 도울 수 있도록 보도와 가로수를 정비하고, 시민들에게 로봇이 다니고 있다는 내용을 알리는 스티커나 현수막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는 여러 로봇 기업이 주목하는 테스트베드 중심지”라며 “강남구를 로봇에 특화된 미래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