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기피'에…소형 전세거래, 아파트가 연립·다세대 추월

올들어 7월 빼고 아파트 '우위'
10월 서울 연립·다세대 거래
2020년 1월 이후 가장 적어
서울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 전세시장에서 연립·다세대 주택이 아파트에 우위를 내줬다. 전세사기 우려가 가시지 않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문턱도 높아지면서 ‘빌라 기피’ 현상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7일 부동산 정보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는 서울의 다세대·연립 월평균 전세 거래량이 아파트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파트(4965건·51.9%)가 빌라(4602건·48.1%)를 추월했다. 올해 들어선 7월을 제외하고 아파트의 전세거래 비중이 더 높은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3393건에 그치며 다방이 분석을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빌라 전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2021년 7월(7778건)에 비해 56.4% 급감한 수치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장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역전세난 이슈와 빌라 기피 현상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악용을 막겠다며 도입한 조치가 빌라 기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 기준에 맞춰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빌라 집주인이 전셋값을 대폭 내려야 한다. 임대인은 ‘강제 역전세’에 처했고, 시중에 보증보험 미가입 물건이 쏟아지며 세입자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에 전국임대인연합회와 전국오피스텔협의회,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비아파트총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바꾸는 식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주택임대사업자의 의무기간 내 주택 매각을 허용하거나 임대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미경 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은 “보증보험에 가입한 물건만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을 받을 수 있어 청년과 서민이 저금리 대출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고 월세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소유주도 이날 각각 주택 수 제외, 신생아특례대출 허용, 준주택 지위 인정 등을 요구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