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운동권세대의 '이전투구'…한총련 "전대협 빠져라"
입력
수정
지면A6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위친명(친이재명)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원외 조직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이 포진했다는 점에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중심의 86그룹과 대비해 ‘운동권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등에 업고 "퇴진" 요구
"기득권화…구태정치 반복"
"자리 꿰차겠다는 주장일 뿐"
민주당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더민주)는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역주의 세력을 교체한 진보이념 세력들은 민주주의 발전에 일부 기여했으나 이제는 그들이 싸워온 지역주의 세력을 닮아가며 기득권화됐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진보이념 세력’이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더민주 관계자는 “민주당 주류 세력은 586세대라는 점이 명확하다”며 1980년대 전대협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 세대가 물갈이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민주는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낸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경기지사 시절부터 보좌한 강 사무총장은 대선 일정 업무 총괄을 거쳐 지금은 이 대표의 특보를 맡고 있다. 남총련(전남·광주 지역 한총련) 의장 출신인 정의찬 해남·완도·진도 지역발전연구원장도 더민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더민주 인사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며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 한총련 출신들은 비명계는 물론 이인영·송갑석 등 전대협 출신 선배 운동권 세대를 퇴진시키고 원내로 진입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1990년대 학생운동권 사이에서는 민주화 이후 여의도 정치권에서 장기 군림한 전대협 세대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는 이 대표의 정치적 득실과도 맞아떨어진다. 경기 성남 지역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정치권 핵심에 ‘자기 사람’이 많지 않은 이 대표는 이들 한총련 출신을 바탕으로 세력을 넓힐 수 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도 1990년대 학생운동가 출신이다.다만 더민주의 주축 인사들이 정치 지도자로 부상할 만한 도덕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 사무총장은 1997년 한총련이 민간인을 경찰 프락치로 몰아 고문·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석 사건’ 당시 의장이었다. 정 원장도 남총련 의장 시절 민간인 폭행·사망 사건인 ‘이종권 사건’의 가해자로 사법처리됐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전대협을 몰아내고 한총련이 자리를 꿰차겠다는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총련은 전대협 운동권 출신 정치의 폐해인 ‘전투 정치’의 심화 버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대협 출신인 다른 의원은 “86그룹의 공과 과가 있지만 인위적으로 ‘진보이념 세력’이라는 전선을 만들어 공세를 펴는 것은 정치공학적”이라며 “세대를 구분 짓고 당대표 이름을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