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군축 협정 파기…냉전 복귀냐 미·중 군축 논의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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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NATO, 핵무기 이어 재래식무기 협정서 탈퇴미국과 러시아가 군축 합의를 잇따라 파기하고 있다. 핵무기에 이어 재래식 무기 관련 조약도 무효화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과의 군축 대화는 이어가고 있다.
美, 中과 군축 논의는 이어가
러시아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 정책을 문제 삼으며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CFE는 냉전 말기인 1990년 NATO와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체결한 조약이다. 양측 균형을 위해 전차, 전투기, 공격 헬기, 장갑차, 대포 등 재래식 무기의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했다.
러시아가 CFE에서 탈퇴하자 같은날 NATO도 CFE의 효력 중단을 선언했다. NATO는 "러시아가 준수하지 않는 CFE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CFE에서 탈퇴하고 CFE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며 "미국은 국제법 권리에 따라 12월 7일부터 CFE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군축 합의를 파기해왔다. 2019년엔 미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 등을 이유로 사거리 550km 이상 핵미사일 배치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효력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러시아는 올해 2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아직 발효되지 않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 을 철회하겠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미·러 간 군축 조약 폐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중국도 무시못할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냉전기 군비 경쟁이 미·중·러 3자 구도로 전환한 상황에서 중국이 제외된 기존 군축 협정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은 뉴스타트 만료 시점인 2026년 전에 중국까지 포함한 핵무기 통제 협정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날도 맬러리 스튜어트 국무부 군축 차관보가 워싱턴 DC에서 쑨샤오보 중국 외교부 군축담당 국장을 만나 군축 논의를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에 핵 관련 투명성을 높이고 전략적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상당한 관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