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하고 난삽한 팀플레이···‘캡틴 마블’의 찜찜한 귀환
입력
수정
마블 새 영화 '더 마블스' 리뷰“단순히 ‘캡틴 마블’의 속편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관련된 ‘미즈 마블’ ‘완다비전’‘시크릿 인베이전’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의 속편을 만든다는 각오로 연출했다.”
브라 라슨·테요나 패리스·이만 벨라니 주연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더 마블스’를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국내 개봉 전날(7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8일 개봉한 ‘더 마블스’를 ‘캡틴 마블 2’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 갔다면 당황했을 법한 얘기다. 감독이 언급한 작품 중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 게임'만 극장용 영화다. 나머지 세 편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의 시리즈물이다. 영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전작들을 다 봐야 한다는 얘기다.하지만 거의 모든 할리우드 속편 영화들이 그렇듯이 ‘더 마블스'의 내용을 따라가고 액션 장면을 즐기는 데는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별 문제가 안된다. 주요 캐릭터의 특성과 사연, 주요 에피소드와 장면에 담긴 의미 등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더 마블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33번째 극장 개봉용 장편 영화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된 ‘마블 슈퍼 히어로물’의 피로감과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요소들이 엉성하고 난삽한 스토리텔링과 맞물려 신선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단독 영화인 ‘캡틴 마블’의 속편을 표방한 영화의 제목이 ‘캡틴 마블 2’가 아니라 ‘더 마블스’다. 캡틴 마블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는 ‘완다비전’에 나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미즈 마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각자 지닌 초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시공간이 뒤바뀌는 위기에 빠진다. 한자리에 모인 세 여성 히어로는 이런 위기에 맞서 ‘스위칭 액션’을 함께 펼치는 팀 ‘더 플레이’를 구성한다.‘엔드 게임’에서 최강의 빌런 타노스와 홀로 맞설 만큼 막강한 캡틴 마블이 초능력의 급수는 다르지만,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고 빛이 능력의 근간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크리족 새 리더 다르-벤과 대결하고 물리친다. 여성 히어로 팀이나 ‘스위치 액션’이나 이전 마블 영화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서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이 세 여성을 함께 엮기 위해 억지로 꿰맞췄다는 느낌을 준다.
‘씬 스틸러’로 들어갔을 법한 몇몇 장면도 억지춘향격이다. 한국 배우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오랜 친구이자 가짜 연인인 얀 왕자로 등장하는 알라드나 행성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행성에선 사람들이 말 대신 노래와 춤으로 소통한다. 형형색색으로 차려입은 이들이 뮤지컬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얀 왕자도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다가도 ‘2개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며 캡틴 마블 일행과 대화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느닷없다는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어 ‘저런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등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던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엔드 게임' (2019)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엔드 게임‘에 등장했던 캡틴 마블과 디즈니+의 새 마블 캐릭터들을 함께 등장시킨 ’더 마블스‘에 거는 기대도 크겠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못하다. 오히려 마블 극영화가 하향세를 타고 있는 요인들을 드러낸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