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열기 식었다더니…"루이비통·롤렉스 놓치면 큰일 납니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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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vs 갤러리아' 불붙은 경쟁‘지역 유일’ 명품 브랜드 매장을 수성하기 위한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격전지는 대전과 경기 남부다. 지역 유일의 명품 브랜드에 초대형 매장을 할애하기도 하고, 대대적인 명품관 리뉴얼에 나서기도 한다. 배경엔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있다. 올 들어 명품 소비가 크게 둔화된 와중에 기존에 갖고 있던 명품 브랜드까지 철수할 경우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갤러리아百, 타임월드점에 초대형 롤렉스 매장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대전 타임월드점 본관 1층에 초대형 롤렉스 매장을 조성 중이다. 매장 규모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더불어 국내 롤렉스 매장 중 최대 수준이다. 매장 위치는 기존에 튜더·발렌시아가·몽블랑·명보시계(태그호이어·브라이틀링) 등 네 개의 브랜드 매장이 있던 자리다. 본관 1층 정중앙부에 위치해 타임월드점에선 ‘황금 자리’로 꼽힌다.갤러리아백화점이 롤렉스에 파격적인 규모의 공간을 할애한 건 일종의 ‘승부수’다. 점포의 가장 핵심 자리를 매장으로 내어주는 파격 혜택으로 타임월드점에서 철수하지 못하도록 하겠단 전략이다. 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매출 7362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개점한 대전 신세계백화점(8647억원)에 처음으로 지역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선 대전 신세계에 입점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이 수요를 뒷받침한 덕에 타임월드점이 매출 방어에 성공했단 평가가 나왔다.현재 롤렉스는 루이비통과 함께 대전 지역에서 타임월드점에만 입점해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지역별·국가별 매장 총량을 두고 있어 두 브랜드가 타임월드점과 대전 신세계에 동시에 매장을 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문제는 입점 계약 종료 후 타임월드 매장을 철수한 뒤 대전 신세계로 옮길 가능성은 있단 점이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타임월드점은 지난해 당초 올 연말까지였던 루이비통와 롤렉스와의 입점 계약을 오는 2026년까지 연장했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 4월 타임월드점 지하 1층에 새로 문을 연 남성 명품관에 남성 전용 '루이비통 맨즈' 매장 설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종 무산되며 재계약에 ‘빨간 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경기 남부에선 광교점 vs 경기점... '공수전환'
경기 남부에선 두 백화점이 공수를 바꿔 싸우고 있다. 현재 루이비통은 경기 남부 상권(판교 제외)에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만 입점해있다. 문제는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지난 2020년 광교점을 개점하며 ‘제 2의 명품관’으로 키우겠단 야심찬 포부를 밝혀왔다. 백화점 개점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루이비통 매장 입점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갤러리아 광교점은 개점 이후부터 3년여간 2층 명품관 자리의 핵심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갤러리아백화점이 루이비통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비워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신세계는 이에 대대적인 리뉴얼로 맞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경기점 지하 1층을 명품관으로 재단장하는 등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루이비통 맨즈, 구찌 맨즈, 델보, 티파니 등 신규 명품 매장도 대거 입점시킨 상태다. 이는 단순 매출 증대를 넘어 지역 상권에서의 ‘명품 이미지’를 공고히하려는 전략이다.경기점은 여기에 더해 지난 5~6월엔 갤러리아·롯데·현대·AK플라자 등 인근 경쟁 백화점의 VIP 고객들에게 한시적으로 신세계 경기점 VIP 혜택을 준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구매력이 증명된 경쟁 점포 VIP를 끌어들이겠단 전략이다. 실제 지역 터줏대감 백화점 격인 신세계 경기점은 갤러리아 광교점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지난해 신세계 경기점 매출은 6442억원으로 갤러리아 광교점(6191억원)과 아슬아슬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당시 호황을 맞았던 명품 소비심리가 한풀 꺾였음에도 명품 브랜드 매장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최근 주요 백화점사들의 매출이 역성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객단가가 큰 명품 매장이 철수할 경우 매출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입장에서 명품 브랜드 매장은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동일 지역 내 타 점포에 입점해있는 매장을 빼오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