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사업 3년째…2천336건 치료 '결실'

서울대어린이병원 중심 전국 의료기관 160개·의료진 1천71명 참여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으로부터 받은 3천억원 재원
일회성 치료비 지원 아닌 '근본적' 해결을 위한 토대 만드는 데 주력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기부로 2021년 5월 설립된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이하 사업단)이 발족 후 진단 3천984건, 치료 2천336건의 성과를 내며 국내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8일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올해 3년째를 맞은 사업단 추진 현황과 성과를 공개했다.

사업단은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으로부터 전달받은 기부금 3천억원을 재원으로 탄생했다. 2030년까지 10년간 국내 소아 암·희귀질환 환자의 진단·치료·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소아 암·희귀질환 환자는 성인보다 진단이 까다로운 편이어서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면 막대한 의료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등 사회적 부담이 크다. 사업단은 일회성 치료비 지원이 아닌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임상 연구로 소아 암·희귀질환 극복의 토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기부금을 ▲ 소아암 1천500억원 ▲ 소아 희귀질환 600억원 ▲ 기타 소아질환 공동연구 900억원 등 세 개 사업부에 배정한 뒤 지원하고 있다.

애초 서울대어린이병원 주도로 시작됐으나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 160곳과 의료진 1천71명이 동참하고 있다. 선정된 연구 과제는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등 총 176건이다.
그동안 사업단에서 진단한 환자는 소아암 1천89건, 소아희귀질환 1천746건, 기타 소아질환 1천149건 등 모두 3천984건이다.

진단부터 어려운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소아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유전체 검사를 시행해 진단율을 높이는 한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희귀질환 사업부 관계자는 "1천746건의 진단을 통해 소아 희귀질환 환자 1천463명이 치료 지원을 받고 있다"며 "원인 유전자를 찾지 못한 소아 환자를 위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진단지원 사업에 등록된 소아 환자는 지난달 말 기준 875명이고, 이 중 분석이 완료된 561명 중에서 256명이 질환을 일으킨 원인 유전자 변이를 찾아 병명이 확진됐다.

치료는 모두 2천336건이 진행됐다.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기타 소아질환 1천695건 등이다.

직접적인 치료비 지원으로 환아를 도운 사례도 있다.

4년 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17세 유리(가명)는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을 마친 후 사업단으로부터 회당 100만원에 달하는 미세잔존암 골수 검사를 지원받고 있다.

의료진은 유리에게 일곱차례 검사를 무상으로 실시하며 재발 여부를 관찰 중이다.

사업단은 아이들의 진단과 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사례를 모으고 연구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애초에 환자가 많지 않은 데다 데이터가 분산돼 있어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컸는데, 사업단은 전국 단위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로 누구나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아 암과 희귀질환에 표준화된 치료법을 정립해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겠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 공동 데이터베이스에는 소아희귀질환 857건, 기타 소아질환 5천336건 총 6천193건의 코호트(동일집단)가 등록됐다.
김한석 사업단장은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이 전국의 연구자와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전국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참여해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