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재판 지연이 최대 변수 된 내년 韓美선거

뉴욕타임스(NYT)가 내년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6개 경합 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5-1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지 후보를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6%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섯 경합 주 평균 지지율이 트럼프 48%·바이든 44%인데, 내년 11월 5일 대선 전에 재판 결과가 나오면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민사재판이며, 4건의 형사재판(91개 혐의)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의회 난입 선동사건을 시작으로 포르노 배우 입막음 사건, 백악관 기밀유출 사건, 조지아주 선거 결과 번복 시도 사건 등이 줄지어 있다. 재판 일정에 극도로 민감한 트럼프는 첫 재판을 대선 이후인 2026년 4월로 요청했는데,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내년 4월 한국 총선에서도 사법 일정이 큰 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5개 사건(9개 혐의)으로 기소돼 있는데, 그중 가장 최근 건인 위증교사 사건 병합 여부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단독심으로도 충분한 간단한 구조의 위증교사 건을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등 세 건을 병합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에 또 배당했는데, 위증교사도 병합할지 여부를 오는 13일 결정한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건과 병합해 함께 선고를 내린다면 1심 재판에만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위증교사를 떼어내 심리하면 이 건은 내년 총선 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녹음 파일 등 명백한 증거가 있고, 이 대표의 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마저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건이다. 이 대표와 공범으로 기소된 위증 혐의자도 신속 재판을 원하는 점을 감안하면 빨리 진행하는 게 맞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선거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권순일 전 대법관은 기가 찰 논지로 무죄 선고를 내렸고, 유 판사는 ‘정당 대표’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혐의가 없다면서 영장을 기각하는 등 법원은 여러 차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연장해줬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는 정년 전 재판이 끝나지 않아 많이 우울했다고 하는데, 이 대표와 트럼프의 재판 지연술은 끝날 줄을 모른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