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쓸어간 탱커 시장…한국 조선사 '수주 포문'

현대삼호重, 탱커 두 척 수주
친환경 엔진으로 수요 점차 커져
中 저가 공세 맞서 기술력 승부
중국 조선사가 싹쓸이한 탱커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가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수주를 하나둘 따내고 있다. 내년 선박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환경 탱커가 한국 조선사의 수주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달 30일 유럽 선사로부터 수주한 수에즈막스 탱커(약 15만t) 두 척은 메탄올 엔진을 추후 장착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됐다.

이 선박의 수주가액은 척당 8550만달러로 평균 신조선가(8500만달러)보다 높다. 2026년 인도하는 이번 선박의 특징은 메탄올 연료를 쓰는 엔진을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에즈막스 규모의 대형 탱커가 ‘메탄올 레디’로 계약을 맺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탄올 엔진이 장착되면 추후 수백만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

중국 조선사는 한국보다 15~2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탱커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 조선사는 대형 탱커 98척을 수주했다. 이 기간 한국 조선사 수주량(22척)의 네 배를 웃돈다. 유조선, 석유제품 운반선 등 탱커는 척당 수주액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조 기간은 1년~1년6개월로 짧다. LNG 운반선보다 크기가 작아 도크(건조장)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그동안은 중국 조선사들이 탱커시장을 압도했지만 한국 조선사의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선사들이 주로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탱커를 발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사들은 친환경 엔진 분야 기술력에서 중국에 앞서 있다.

항해 중인 탱커의 평균 선령이 12년 이상으로 노후화한 상태여서 신규 탱커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 운반선의 발주와 선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탱커가 향후 한국 조선사의 먹거리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 조선사들은 LNG 이외 초대형 가스선(VLGC) 시장에서 수주를 늘리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