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어느새…'불닭' 삼양식품, 오뚜기 시총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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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승승장구…라면업계 2위올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식품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해외’다. 경기 둔화로 인해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져 국내에선 수익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성장엔진을 갖춘 식품기업은 높은 평가를 받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라면업계다.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는 삼양식품이 해외사업 비중이 작은 오뚜기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5405억원으로 장을 마쳐 오뚜기(1조5210억원)를 195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삼양식품 종가는 2500원(1.24%) 상승한 20만4500원이었다.
정부 가격인상 제동 변수 부각
투자자들 "글로벌 경쟁력 주목"
삼양식품 주가 1년 새 87% 껑충
해외 매출 적은 오뚜기는 하락
1975년 상장한 삼양식품이 1994년 증시에 입성한 오뚜기의 시총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9월 5일 사상 처음으로 오뚜기 시총을 넘어선 뒤 9월 25일~10월 6일 6거래일 연속 2위에 올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오뚜기 시총은 삼양식품보다 1조원가량 많았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삼양식품은 87.6% 오르고 오뚜기는 13.9% 하락하면서 역전을 허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뚜기 내부에서도 시장의 이런 평가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2016년만 해도 오뚜기는 식품주 전체를 통틀어 기업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는 기업이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혼밥’ 트렌드가 뚜렷해지자 즉석밥, 냉동식품, 소스류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오뚜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시총도 5조원까지 불어나 농심을 두 배 앞서기도 했다.
올 들어선 해외사업이 식품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양식품과 오뚜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뒤바뀌었다. 국내 식품업계는 내수 부진, 글로벌 인플레이션(發) 원재료비 급등 등의 요인으로 해외에서 활로를 찾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
라면주(株) 1위 농심(시총 2조8680억원)은 ‘신라면’과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맹렬히 공략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작년 5월 수출 전용 공장인 밀양공장을 준공하고, 올해에는 이 부지에 2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면스낵 수출 비중은 2020년 58.6%에서 지난해 70.4%까지 커졌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사상 처음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329억원으로 3개월 전(1087억원)보다 23.2% 증가했다. 농심도 작년에 미국 2공장 가동에 들어가 2025년엔 3공장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오뚜기는 해외에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다. 해외 매출 비중은 10%대(2분기 기준)에 머문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가 거센 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이 실적 방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