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팀플레이…'위기의 마블' 구할 수 있을까

더 마블스

마블 캐릭터들 한데 모으려다
'억지춘향' 늘며 완성도 떨어져
“그냥 ‘캡틴 마블’의 속편이 아닙니다.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미즈 마블’ ‘완다비전’ ‘시크릿 에이전트’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의 속편을 만든다는 각오로 연출했습니다.”

미국 마블스튜디오의 새 영화 ‘더 마블스’(사진)를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국내 개봉 전날(7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영화를 ‘캡틴 마블 2’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 갔다면 당황했을 법한 얘기다. 제대로 알고 보려면 이런 작품들을 다 봐야 한다는데, ‘미즈 마블’ ‘완다비전’ ‘시크릿 에이전트’ 등 세 편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의 시리즈물이다.전작을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른 할리우드 속편 영화처럼 이 영화 역시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대충 따라갈 수 있다. 주요 캐릭터의 특성과 사연, 주요 에피소드와 장면에 담긴 의미 등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더 마블스’는 수없이 되풀이된 ‘마블 슈퍼 히어로물’의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요소들이 엉성하고 난삽한 스토리텔링과 맞물려 신선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캡틴 마블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는 ‘완다비전’에 나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분), ‘미즈 마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분)과 각자 지닌 초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시공간이 뒤바뀌는 위기에 빠진다.한자리에 모인 세 여성 히어로는 이런 위기에 맞서 ‘스위칭 액션’을 함께 펼치는 팀 ‘더 플레이’를 구성한다. 여성 히어로 팀이나 스위칭 액션이나 이전 마블 영화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설정이다. 하지만 서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이 세 여성을 함께 엮기 위해 억지로 꿰맞췄다는 느낌을 준다.

신 스틸러로 들어갔을 법한 몇몇 장면도 ‘억지춘향’격이다. 한국 배우 박서준이 캡틴 마블의 오랜 친구이자 가짜 연인인 얀 왕자로 등장하는 알라드나 행성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행성에선 사람들이 말 대신 노래와 춤으로 소통한다. 형형색색으로 차려입은 이들이 뮤지컬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얀 왕자도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다가 ‘2개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며 캡틴 마블 일행과 대화를 나눈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어 ‘저런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마블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엔드 게임’(2019)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이 위기에 빠진 마블을 구할 새로운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