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빼앗긴 오대산 실록과 의궤, 110년만에 원래 자리로

오대산사고,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재탄생
12일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일대에서 개관
"조선왕조실록의궤 통합 연구기관 역할 수행할 것"
9일 강원도 평창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전시된 유물을 감상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외세의 침략 속 숱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우리의 기록유산을 되찾으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 마침내 원래 자리였던 오대산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서정민 학예연구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110여년 만에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책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9일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록 75권과 의궤 82권 등 관련 유물 1207점을 이곳에서 보관·전시한다고 발표했다. 개관은 12일.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제공
오대산사고본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가 주요 기록을 안전하게 분산·보관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네 곳의 외사고 중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서적을 의미한다. 오대산사고는 1606년 설치된 뒤 수호 사찰로 지정된 인근의 월정사가 보호해왔다. 6·25전쟁 당시 전각이 소실됐고, 현재 복원된 건물이 들어섰다.

오대산사고본은 외세의 침탈로 인한 수난을 겪었다. 실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3년 일본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으로 상당수 소실됐다. 이후 1932년과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 환수됐다. 왕실의 행사 절차를 기록한 의궤는 1920년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2011년 반환됐다.
'철종 국장도감의궤', 조선(1865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제공
환수된 유물들은 그동안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해왔다.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문화재청이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했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로 단장했다. 실록박물관은 오대산사고본 관련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실록 9점과 의궤 26점이 전시됐다. 노명구 국립고궁박물관장 직무대리는 "향후 실록과 의궤의 체계적 보존 관리와 조사 연구,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문화 향유의 중심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오는 12일 개관하는 강원도 평창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문화재청 제공
평창=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