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명을 살리는 4분의 기적
입력
수정
지면A28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지난달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였다.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 이후 심폐소생술(CPR) 교육의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환자 생존율은 11.3%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두 배 높았다. 뇌 기능 회복률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8.0%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약 세 배 높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밤새 구조 활동에 동참한 파키스탄인 형제 무함마드 샤비르와 아메드가 심폐소생술로 네 명의 목숨을 구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9월 둘째주 토요일을 세계 응급처치의 날로 정하고 매년 각국 적십자사·적신월사와 함께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1949년 우리나라 최초로 응급처치 교육을 한 이후 매년 50만 명 이상을 교육하는 국내 최대 응급처치 전문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심폐소생술 교육뿐 아니라 해마다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경연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11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던 ‘전국 학생 심폐소생술 대회’를 4년 만에 재개한다.하지만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는 충분치 않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성심정지 환자에 대한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20년 26.4%, 2021년 28.8%, 2022년 상반기 29.2%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국(70.0%, 2020년) 미국(40.2%, 2020년) 일본(50.2%, 2013~2015년) 등 주요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받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료인으로서 병원에서 직원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보급하기 위한 체험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초동 대처가 핵심이다. 환자를 발견하면 우선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반응을 확인하고 의식과 호흡이 없으면 주변에 119 신고를 요청한다. 다음으로 깍지 낀 손의 아래쪽을 가슴 정중앙(복장뼈 아래쪽 2분의 1 지점)에 대고 체중을 실어 5㎝ 깊이, 분당 100~120회 속도로 빠르고 강하게 압박한다.
위기 상황은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평소 심폐소생술의 순서와 방법을 정확히 익혀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동료의 생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지킬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심폐소생술을 알고 언제 어디서든 주저 없이 행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