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관철한 개미, 이번엔 증권사 압박

매도 리포트에 에코프로 14%↓
개미 "공매도 세력과 결탁" 반발
계좌해지·본사 시위 등 압박 나서
증권사 "리포트 내기 부담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을 압박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이끌어낸 개미투자자들이 이번엔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증권사는 “전혀 근거 없는 루머”라고 항변하면서도 혹여나 경영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약발 떨어졌나

8일 에코프로는 14.2% 내린 73만7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도 10.19% 하락했다. 3% 안팎 내린 다른 2차전지주와 비교해 낙폭이 컸다. 두 종목은 공매도 금지 첫 거래일(6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이날 급락으로 상승분을 절반 이상 반납했다.

전날 실적 발표 후 나온 국내외 증권사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이날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하나증권이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낸 것은 지난 8월 초 이후 3개월 만이다. 골드만삭스도 전날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목표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고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bull(긍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증권도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를 기존 35만원에서 29만원으로 내리고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개미들, 2차전 예고

이런 보고서들이 나오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쇼트커버링을 위해 매도 리포트 등을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리포트를 쓴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을 ‘애레기’(애널리스트와 쓰레기 합성어)라고 성토하는가 하면 하나증권 계좌를 해지하자는 게시글도 잇따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4월 에코프로 과열을 처음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을 때도 “공매도와 결탁한 세력”이라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에 대한 의견을 일절 내지 않고 있다.신한투자증권도 개미들의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 이날은 일부 개인투자자가 금융감독원 앞 시위를 마친 뒤 신한투자증권 여의도동 본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벌인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 공매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공매도 신한투자증권 서버가 한국거래소 전산센터와 가까워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 개인투자자의 미움을 사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 요구해온 공매도 전면 금지가 받아들여진 뒤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최근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사항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시장조성자를 위한 공매도 금지와 공매도 총량제(시가총액 3~5%) 등 과격한 조치가 담겼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