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출신 CEO 영입한 伊 '올드머니' 슬로웨어, 한국서 저변 넓힌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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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로고 대신 좋은 원단과 핏으로 티나지 않게 부(富)를 드러내는 '조용한 럭셔리'의 대표주자 '슬로웨어(Slowear)'가 지난 5월 구찌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브랜드 확장에 나선다. 슬로웨어는 1951년 베네치아에서 탄생한 바지 전문 브랜드 '인코텍스'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한다. 창업주의 아들이었던 전 CEO가 타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 슬로웨어는 70년 넘게 지켜온 브랜드의 철학을 유지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외형을 키우고 있다.
브라가 대표의 말처럼 슬로웨어는 최근 경영상 큰 변곡점들을 거쳐왔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브랜드의 중심을 지켜오던 로베르토 콤파뇨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콤파뇨 전 대표는 인코텍스를 만든 카를로 콤파뇨의 아들로, 인코텍스 등 4개 브랜드를 합쳐 슬로웨어를 설립한 인물이다.
슬로웨어는 전 대표의 빈자리를 구찌·발렌티노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니치(niche·틈새) 브랜드'인 슬로웨어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브라가 대표도 제냐·토즈를 거쳐 구찌에서 19년간 몸담은 브랜드 전문가다. 브라가 대표는 "구찌는 로고 지향적인 메가 브랜드지만, 슬로웨어는 로고가 없고 정제된 디자인의 니치 브랜드라는 차이가 있다"며 "구찌에서 '슬로웨어에서 하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충분히 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브라가 대표는 슬로웨어가 여느 브랜드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행을 좇지 않는, 정제된 우아함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브랜드라면 슬로웨어라는 플랫폼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카테고리 킬러' 들의 플랫폼에 가깝다는 것이다. 슬로웨어는 바지·재킷·셔츠·니트 등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4가지 브랜드로 구성됐다.
시작은 바지 전문 브랜드인 인코텍스였다. '세계 최고의 바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인코텍스는 정교한 디테일과 유려한 핏으로 유명하다. 이후 재킷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몬테도로', 셔츠 전문 '글랜셔츠', 니트웨어를 만드는 '자노네'를 차례로 인수해 2003년 이들을 하나로 합친 게 지금의 슬로웨어다.
첫번째 변화는 슬로웨어의 시초인 인코텍스에서 시작된다. 브라가 대표는 "기존의 슬로웨어는 하나의 라인에 하나의 품목만 만드는 방식을 유지했지만, 내년 봄에는 바지만 만들던 인코텍스에서 자켓과 수트가 같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자켓에는 인코텍스 바지와 동일한 원단이 사용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각의 브랜드가 취급하는 상품군을 확장한다는 게 슬로웨어의 새로운 방향성이다.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는 것도 브라가 대표가 추진하는 '확장'의 일환이다. 슬로웨어는 이탈리아에서 소규모로 여성 라인을 운영하긴 했지만, 품목의 절대 다수가 남성복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뉴욕에서 여성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슬로웨어 최초의 남·여성복 복합 매장이 된다. 브라가 대표는 "뉴욕을 테스트 삼아 여성복 라인을 확장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여성복 라인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올드머니'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브라가 대표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전세계 31개 매장 중 10개가 한국에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특히 한국의 '올드머니 붐'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브라가 대표는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영화·음악·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시장에서의 인플루언서"라며 "한국이 최근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도 한국 시장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한국에 진출한 슬로웨어는 2020년부터 매년 두자리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드머니 트렌드가 본격화된 지난 9월에는 성장률이 30%에 달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카테고리 킬러' 모은 브랜드 플랫폼
12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피에로 브라가 슬로웨어 대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슬로웨어는 퍼펙트스톰(복합적 위기)을 겪어왔다"며 "창업주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철학과 유산을 잘 관리하면서 브랜드에 새로운 비전을 불어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브라가 대표의 말처럼 슬로웨어는 최근 경영상 큰 변곡점들을 거쳐왔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브랜드의 중심을 지켜오던 로베르토 콤파뇨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콤파뇨 전 대표는 인코텍스를 만든 카를로 콤파뇨의 아들로, 인코텍스 등 4개 브랜드를 합쳐 슬로웨어를 설립한 인물이다.
슬로웨어는 전 대표의 빈자리를 구찌·발렌티노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니치(niche·틈새) 브랜드'인 슬로웨어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브라가 대표도 제냐·토즈를 거쳐 구찌에서 19년간 몸담은 브랜드 전문가다. 브라가 대표는 "구찌는 로고 지향적인 메가 브랜드지만, 슬로웨어는 로고가 없고 정제된 디자인의 니치 브랜드라는 차이가 있다"며 "구찌에서 '슬로웨어에서 하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충분히 배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브라가 대표는 슬로웨어가 여느 브랜드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행을 좇지 않는, 정제된 우아함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브랜드라면 슬로웨어라는 플랫폼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카테고리 킬러' 들의 플랫폼에 가깝다는 것이다. 슬로웨어는 바지·재킷·셔츠·니트 등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4가지 브랜드로 구성됐다.
시작은 바지 전문 브랜드인 인코텍스였다. '세계 최고의 바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인코텍스는 정교한 디테일과 유려한 핏으로 유명하다. 이후 재킷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몬테도로', 셔츠 전문 '글랜셔츠', 니트웨어를 만드는 '자노네'를 차례로 인수해 2003년 이들을 하나로 합친 게 지금의 슬로웨어다.
○여성복 브랜드 확장도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 만큼 브라가 대표는 앞으로의 변화와 관련해 "기존의 틀 안에서 조심스럽게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를 갈아엎는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슬로웨어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지켜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첫번째 변화는 슬로웨어의 시초인 인코텍스에서 시작된다. 브라가 대표는 "기존의 슬로웨어는 하나의 라인에 하나의 품목만 만드는 방식을 유지했지만, 내년 봄에는 바지만 만들던 인코텍스에서 자켓과 수트가 같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자켓에는 인코텍스 바지와 동일한 원단이 사용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각의 브랜드가 취급하는 상품군을 확장한다는 게 슬로웨어의 새로운 방향성이다.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는 것도 브라가 대표가 추진하는 '확장'의 일환이다. 슬로웨어는 이탈리아에서 소규모로 여성 라인을 운영하긴 했지만, 품목의 절대 다수가 남성복이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뉴욕에서 여성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슬로웨어 최초의 남·여성복 복합 매장이 된다. 브라가 대표는 "뉴욕을 테스트 삼아 여성복 라인을 확장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여성복 라인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올드머니'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브라가 대표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전세계 31개 매장 중 10개가 한국에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특히 한국의 '올드머니 붐'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브라가 대표는 말했다.
그는 "한국은 영화·음악·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세계시장에서의 인플루언서"라며 "한국이 최근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도 한국 시장의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한국에 진출한 슬로웨어는 2020년부터 매년 두자리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드머니 트렌드가 본격화된 지난 9월에는 성장률이 30%에 달하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