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7월에 판 15억어치 주식 이제야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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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전 회장 동생 이선이 대표, 7월에 1000주 매각에코프로가 최대주주 특별관계자의 주식 매도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회사의 가치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특별관계자의 지분변동이다 보니 주목을 끌었다. 더군다나 3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에 공시가 됐지만, 늑장공시와 관련 마땅한 제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자초한다며 공시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에도 친인척들 주식 매도 후 뒤늦게 공시
특별관계자 1% 이상 지분변동, 5거래일 내에 공시 의무
1% 이내는 규정 없어…에코프로 "규정 위반 아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인 이선이 TTC에듀 대표는 지난 7월 28일 장내 매도를 통해 총 1000주를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148만5000원이었다. 이 대표는 14억8500만원을 확보했다. 이선이 대표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여동생이다.앞서 이 대표는 국내 여성 주식부호 10위에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월 12일 종가 기준 이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2078억원으로 2020년 1월에 비해 3503% 늘었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이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2866억원이다.
지난달 27일 이 전 회장의 친인척인 강민석 씨도 장내에서 18주를 주당 83만5000원에 매도했다. 이로써 이 전 회장 및 특별관계자의 지분은 기존 26.15%에서 26.14%로 0.01%포인트 줄었다.
문제는 공시 시점이다. 에코프로는 위 같은 사실을 담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지난 6일 공시했다. 6일은 이 대표가 1000주를 매도한 지 102일째 되는 날이다. 7월 28일부터 지난 6일 이전 에코프로가 공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5건인데, 이 보고서들엔 '이 대표의 1000주 매도' 관련 내용이 빠져있었다.대주주 일가의 주식 매매 공시가 늦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7일 공시된 보고서에는 이 대표를 포함해 강예지, 강예리씨의 매매내역이 담겼다. 이들의 보유 주식 변동량은 미미했지만, 주식 변동일은 2월 21일부터 7월 27일까지 다양했다. 강예지, 강예리 씨는 이 전 회장의 친인척이다.
지난달엔 때아닌 해킹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에코프로는 수감중인 이 전 회장의 주식 2995주가 매각된 사실을 증권사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공시를 통해 "(이 전 회장의) 명의 및 계좌정보가 제 3자에게 무단 도용돼 보고자의 동의 없이 매도됐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지분 공시는 회사가 이들의 지분 보고 의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회사가 대주주 일가 지분 변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자들은 '고점'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에도 이 대표가 1000주를 매도한 7월말부터 에코프로의 주가는 우하향하고 있다.에코프로가 공시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의 지분 변동은 지체 없이 공시돼야 하는데, 에코프로의 경우 관련 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특별관계자의 매매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의 동생이기 때문에 특수관계가 성립한다.
반면 이 대표의 주식 매도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규정상 특별관계자는 1% 이상 지분이 변동된 경우 5거래일 내에 공시해야 한다. 7월 28일 거래로 변동된 지분은 이 대표의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한편 에코프로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맞게 공시 업무를 처리했을 뿐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