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연우진 "저도 펑펑 울면서 봤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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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동고윤 역 배우 연우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정신병동으로 전과한 간호사의 시선으로 작품이 전개되는 가운데, 배우 연우진이 연기한 동고윤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 등장한다. 정신건강의학과와 마찬가지로 대장항문외과 역시 환자들이 쉽게 드러내고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점에서 민망한 장면들도 등장하지만, 연우진은 능청스럽게 연기해내며 극의 재미와 감동을 더 했다. 여기에 손가락을 걲는 강박 증상을 보여주면서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도 정신병동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다은(박보영 분)과 로맨스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다.
연우진은 '서른, 아홉', '이판사판', '7일의 왕비' 등 다수의 작품에서 깊이 있는 눈빛과 뛰어난 감정 표현력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어딘가에 꽂히면 멈출 줄 모르는 다소 엉뚱하고 순수한 모습과 환자에게 진심인 자상한 의사의 면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애드리브가 많아 보이지만, 손을 특수분장해서 그게 망가지면 안 돼 최대한 준비된 것만 했다"며 "많은 것을 준비하고 촬영에 임했던 작품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다음은 연우진과 일문일답.▲ 공개 후 어떻게 봤을까.넷플릭스 작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저도 공개되자마자 시청하신 분들과 호흡하려고 빠른 시간 내에 완주했다. 완주하면서 펑펑 울었다. 하지만 끊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제 감정을 건드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쌓였는지, 얼굴만 봐도 울컥하더라. 내용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울컥울컥해서 저도 마음에 뭔가가 있나 싶었다.(웃음)
▲ 극 중 계속 손마디를 꺾어서 손을 보게 된다.
저도 실제로도 손을 많이 꺾는다. 실제로는 좀 작다. 남자 손 같진 않다.(웃음) 그래서 손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루에 한 장면 찍을 때도 무조건 분장했다.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꼭 했다. 애드리브로 보이는 장면도 분장이 망가지면 안 돼 다 준비해 갔다.▲ 극 중 많은 에피소드와 정신 질환이 나왔는데, 출연하면서 '혹시 나도' 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나.
저는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크게 무리 없이 살아온 거 같다. 저는 배우 연우진과 개인을 분리한다. 예전엔 '역할에 몰입해야 해' 이렇게 생각하고, 자책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걸 못하는 것도 인정하고 완벽하게 분리하게 된 거다. 가져갈 건 가져가고 버릴 건 버리게 된다. 그게 제가 지금까지 버티고 연기를 해나간 동력이다. 그 중심에 제 삶이 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유찬이 에피소드였는데, 나름의 책임감과 압박감을 받는 스타일이다. 이제 마흔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내 자신을 돌보자'는 생각이다.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들이 뭐가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 실천한 것들이 있나.독립하고 싶다.(웃음) 대학 땐 자취하긴 했지만 계속 가족들과 살았다. 저 자신을 보며 독립하고 싶어졌다. 동생도 작년에 결혼했다. 뭔가 제 삶도 변화가 많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졌다. 이번에 '정신병동' 촬영이 끝난 후 혼자 미국에도 다녀왔다. 저만을 위한 제2의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 독립을 생각한 계기가 있나.
가족들과는 투덕투덕하는 게 있다. 아들 이상으로 제가 부모님께 참견하는 것도 있고, 그게 어떻게 보면 어머니를 가스라이팅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독립을 해야겠다 싶더라. 지금 제가 자식이 있어야 하는 나이기도 하지만, 뭐든 제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저희 어머니는 소녀 같다. 저랑 같이 골프 치고, 쇼핑하고, 제가 한탄하고 있지만 정말 좋은 아들이다.(웃음) 전 정말 좋은 아들이다. 저 같은 아들을 낳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는 건, 결혼이 멀리 있다는 의미인가.
가정을 꾸리고 싶긴 하다. 그 가정을 꾸리는 게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 같기도 하다. 연기는 일이고, 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 그래서 더 연기를 책임감 있게 하려고 하고.
▲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다보니 민망한 장면들도 있지 않았나.
그 마인드를 없애려 했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이 진료하면서 민망한 상황이 많이 노출된다고 하더라. 정신건강의과와 마찬가지로 항문외과도 숨기려고 하지 않나. 그래서 민망하지 않게, 웃기지 않게, 더 당당하고 적극적이고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대하고자 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의사보다 환자들의 인터뷰를 더 많이 봤다. 환자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보니 자연스럽게 동고윤의 마음가짐이 잡혔다. 그리고 나름의 스킬을 익히기 위해 집에서 인형으로 동작 연습 등을 했다.
▲ 박보영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천사가 있구나 싶었다. 정다은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힘든 역할이다. 제가 중간중간 보영 씨랑 친해지고 싶어 다가가려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해서 다가가기 꺼려지는 지점이 있었다. 6~7개월 촬영하며 명절도, 연말도 겪었다. 힘든 와중에도 산타 복장을 하고 선물을 나눠줬다. 추석 때는 음식을 포장해서 주고, 추첨해서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기획해서 왔더라. 바쁜 와중에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따뜻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장동윤은 박보영과 친한 거 같더라.
'찐친'의 이미지가 나와야 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운 부분이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저에게 '연기로 눌러버리겠다'는 말도 하고. (웃음) 셋이 모이면 재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정하겠다. 또래로 보기엔 차이가 나는 거 같다.
▲ 나이에 대해 조금 집착하는 느낌이 드는 거 같다.
29세와 39세는 좀 다르다. 40대를 앞두고, 무탈한 게 좋은 거 같다. 이렇게 무탈하게 일은 계속했으면 좋겠다. 저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거 같다는 생각은 든다. 이런 마음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 우울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누군가가 또 나타났으면 좋겠다. 예전엔 받기만 하고 소극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40대는 잘 챙기고 싶다.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가 주는 장점은 나이를 초월한다. 그걸로 행복하고 뭔가를 느낀다면 뿌듯하고 뭔가 보람될 거 같다. 내가 느끼는 것만큼 표현하며 위로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 본인이 봤을 때 고윤은 다은에게 언제 반했을까.
다은이 '초록물'을 갖다줄 때, 환자의 귀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의 관계는 멜로라는 도구로 나오긴 했지만, 저도 강박이 있고, 상대방에게 병원으로 이끌고, 그런 부분들이 극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어른들의 연애인 거 같다.
▲삼각관계 역시 너무나 명확하고, 빌런이 없었다.
'누구를 좋아하는 건 똑같다'는 마음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정하게 임했던 거 같다. 그래서 가장 보통의 삼각관계를 보통이 아닌 방식으로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게 매력적인 거 같다. 실제로도 제가 이길 거 같긴 하다.(웃음) 과거엔 힘이 없다.
▲ 실제 동고윤과 김봉회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아주 다르진 않았다. 제가 집중력이 좋고, 몰입도가 좀 있는 편이다.(웃음) 그걸 생각하고, 부풀리려 했다. 너무 비틀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성격인 거 같다.
▲ 이번 작품에서 각 배우의 합이 좋은 거 같더라.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엔 '여기 사람들만 따라가면 되겠다' 싶어서 감독님 주최 자리에 많이 가고,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촬영 끝나도 기다리고, 식사도 같이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드라마에선 착한 사람들이 많이 그려졌는데, 감독님은 '어른들의 동화'라고 하시더라. 어른들의 판타지, 비현실적이지만 악역 없이 드러나는 사람들의 순수함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다.
▲ 벌써 시즌2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저는 이재규 감독님의 '지금 우리 학교는'에 먼저 나오고 싶다.(웃음) 어떤 작품을 하든 간에 이재규 감독과 제작진과의 만남은 지속되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꾼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해주시고, 감독님의 시선이 제 마음을 건드는 부분이 있다. 50세가 되어서라도 연이 닿는다면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 캐릭터로 인사드리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