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원로 배우 신구 "'고도'는 나에게 '내일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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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배우들을 한 무대에 올린 연극이 다음달 무대에 오른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가 쓴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다.○"'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출연 결심"
9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작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신구는 "평생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연극인데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못했다"며 "건강 문제 등으로 대사와 동선 등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돼 고민을 많이 하다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신구와 박근형, 박정자 모두 '고도를 기다리며'에 처음 도전한다. 신구와 박근형은 각각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연기한다. 신구와 박근형이 같은 작품에서 출연하는 건 TV 예능 '꽃보다 할배'를 제외하고 처음이다. 박정자는 포조(배우 김학철 분)의 노예이자 짐꾼 럭키 역을 맡는다.
박근형은 "그동안 사실주의 연극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고 대사나 행동이 과장된 부조리극인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라며 "연극학도 시절과 국립극단 단원 시절 여러 장르의 작품을 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달간 '원 캐스트' 도전
이번 작품은 공연 기간 두달 간 '원 캐스트'로 무대를 올린다. 80대 원로배우들이 두달 내내 대체 배우 없이 모든 공연을 소화한다는 뜻이다. 20~30대 젊은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신구는 지난해 급성 심부전증 진단을 받아 심장 박동기를 착용한 상태다.신구는 "내 진을 빼서 전부 토해낸다면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부단히 노력중"이라고 했다. 박근형은 "다들 신구의 건강을 걱정하는데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오늘을 늘 꽉 채워서 살기는 어려워요. 대신에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 부족한 무언가가 내일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그런 희망 때문이 아닐까요.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더욱 간절해진 생각입니다." 공연은 서울 국립극장에서 다음달 19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