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차별 공습, 하마스 주춤..'인간방패' 민간인 풀려나 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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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파상 공세에 잠잠홰진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세로 하마스가 주춤하고 있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자 하마스의 위협 때문에 가자시티를 떠나지 못하던 주민 수 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미국은 전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자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을 재확인했고, 이스라엘도 이 같은 원칙에 동의했다.
시리아 레바논 등의 헤즈볼라 겨냥한 공격 본격화
이스라엘 방위군은(IDF)은 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통제권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5만여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하마스가 북부에서 통제력을 잃었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당선돼 가자지구 자치정부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군이 파상 공세를 펼쳐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가자지구 북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당초 전문가들은 시가전이 벌어지면 하마스의 게릴라 전술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개전 이후 한 달간 전투기와 포병을 동원해 목표물 일대를 폐허로 만드는 식의 작전을 지속했다.
세계 각국에서 비인도적이란 비난이 빗발칠 정도의 무차별 공습을 감행해 1만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냈고, 하마스 대원들은 지하로 피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건물 30%이상을 파괴됐다. 하마스의 터널 갱도 역시 130여 곳을 발견해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를 몰아붙인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 근거를 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 다마스쿠스 인근의 헤즈볼라 근거지와 남부 스웨이다의 레이더 기지 등을 폭격했다. 국경의 로켓 발사 원점 등이 아닌, 시리아 영토를 가로지른 폭격은 지난달 이후 처음이다. 미국도 간헐적으로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미군도 같은날 F-15 전투기 두 대를 동원해 시리아 동부의 민병대 무기고 등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 단체들을 겨냥했다. 예맨의 후티 반군이 미국의 무인기를 격추하는 등 미군을 겨냥한 공격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전쟁 후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통치하도록 할 것임을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후) 가자지구가 하마스에 의해 운영돼선 안 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며 "전쟁이 끝날 때 과도기가 필요할 수 있으나 가자·서안지구 통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주둔하면서 테러 세력의 준동 등 위험요소를 감시할 전망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쟁 직후 안보 상황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일정 기간 머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