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솔솔 불면…정읍서 즐기는 '쌍화차 한잔의 여유'

장명동 쌍화차 거리 18곳 등 전통찻집 44곳 성업
찬 바람이 불면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특히 쌍화차는 72시간 동안 정성을 담아 우려내고 각종 한약재를 쓰기에 손님 대접에 제격인 차로 손꼽힌다.

쌀쌀한 이 계절, 쌍화차의 고장인 전북 정읍에서 차 한잔으로 몸과 마음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숙지황, 당귀, 천궁, 계피 등 한약재를 달인 물에 밤, 은행 등 고명을 넣어 마시는 쌍화차.
쌍화차는 원래 쌍화탕으로 탕약에서 유래된 것이다.

옛날 임금이 몸이 지쳐 있을 때 어의가 임금의 피로 해소를 위해 만든 탕약이 쌍화탕이라고 전해진다. 쌍화(雙和)는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맞춘다는 뜻으로, 대표적인 보음(補陰) 약재인 숙지황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보약으로 취급받았다.

쌍화탕과 쌍화차의 차이는 약으로 쓰이는 '탕'과 보다 쉽게 마실 수 있는'차'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정읍시에는 쌍화차를 특화한 전국 유일의 거리가 있다. 장명동 정읍세무서에서 정읍경찰서로 이어지는 450m에 이르는 길에 18개의 쌍화차 찻집이 양옆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 한 전통찻집이 문을 연 뒤 하나둘씩 터를 잡기 시작해 자생적으로 조성됐다.

현재 쌍화차 거리 18곳을 비롯해 정읍지역에는 44개의 전통찻집이 성업 중이다. 이곳의 쌍화차는 묵직한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겨 나오는데, 곱돌이 따뜻한 온도를 보호해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숙지황과 당귀 등 2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옹기와 가마솥 등에 각자의 방법대로 달인 뒤 밤, 대추, 은행 등을 푸짐하게 얹어 내놓는다.

가래떡구이와 조청, 견과류, 누룽지, 구운 계란 등 찻집마다 다양한 주전부리까지 함께 내놓는다는 것도 정읍 쌍화차 거리만의 특징이다.

방문객의 60% 이상이 외지인이다.

정읍 쌍화차가 특별한 이유는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의 주산지가 정읍이기 때문이다.

정읍 옹동면은 한때 전국 지황 생산량의 70%를 차지했다.

품질도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될 만큼 최고로 꼽힌다.

옹동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지황은 기후와 토질 때문에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력과 약의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생지황을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린 '숙지황'은 지황을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다는 '구증구포' 제법으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기록됐다.

정읍 지황은 그 역사를 이어받아 199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주산단지로 지정됐고 2015년에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했다. 소윤겸 정읍시 공보팀장은 "각종 한약재를 넣어 달인 정읍 쌍화차는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며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쌍화차의 진한 향과 함께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