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박보영 "제가 천사? 저도 욕하는 사람입니다" [인터뷰+]
입력
수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다은 역 배우 박보영공개 후 국내 인기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은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쏟아지는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으로 내과 3년 차 간호사 다은이 첫 출근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는다. 현대인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다는 정신질환을 세심하고 섬세하게 다루면서 호평받고 있다.
배우 박보영은 다은 역을 맡아 따뜻한 미소로 환자들을 챙기고, 스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으며 치료와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누구보다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온 마음을 다해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다은의 모습은 연출자인 이재규 감독, 함께 연기한 배우 연우진도 모두 입을 모아 "박보영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찰떡' 연기를 보여준다. 연우진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보영을 "천사"라고 언급했을 정도.박보영은 "감독님도, (연우진) 선배님도 너무 좋게만 얘기를 해주셔서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 행동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부담된다"며 "모든 현장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다"면서 웃었다.
"저도 현장에서도 화를 냅니다. 감독님께는 화를 안 내서 그런가.(웃음)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화를 내요.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저희가 크리스마스에도 촬영했어요. 스태프들이 굉장히 슬퍼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좀 이벤트 같은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매번 그런 거 아니고요. 이번 현장이 좀 남달랐어요. 마음이 따뜻해진 부분이 많았어다.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었고요."박보영은 '뽀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귀여운 미모와 사랑스러운 매력의 소유자로 불려왔다. 데뷔 17년이 됐지만,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박보영은 "과거엔 그런 이미지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특히 올해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개봉하고, '정신병동'도 나왔는데, 사랑스러운 면을 거둬낸 연기를 했고,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제 모습을 대중이 조금 받아주고 계시는 구나를 느낀다"고 말했다."배우라는 일이 제가 다양한 사람이 되는 업이다 보니, 적어도 6개월은 그 친구가 돼 가는 가정이에요. 이걸 준비하면서 느끼는 중압감과 책임감이 반복되면 이걸 소화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있을 수 있어서 그 부분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늘 밝은 이미지라고 생각해주시니까, 카페에 가서 웃으면서 주문하지 않으면 안 됐어요. 저랑 안 좋은 얘길 하고 있던 친구가 카페에서 웃으며 주문하는 저를 보며 '너 정말 힘들게 산다'고 안타까워할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은 애써 밝게 하려 하지 않아요."
'정신병동'을 찍으면서 다은과 마찬가지로 '칭찬일기'를 쓰게 됐다는 박보영은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웃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 발생해도 "예전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요즘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고 대책과 대안을 생각한다"고. 최근에도 웹 예능 '핑계고'에 출연했다가 '유모차' 발언이 '유아차'로 자막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에둘러 속내를 드러낸 것.
박보영은 그러면서 "제가 살면서 느끼는 '힘듦'의 감정은 직업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면서 "'핑계고'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직업적인 부분을 배제한 저의 삶의 부분을 키워 균형을 맞추려 한다. 형부 카페에서 일하고,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가는 식이다"고 설명했다."작품을 쉴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사 활동의 햇수로는 10년이지만, 간 일수는 많지 않아요. 거의 쉴 때 가는데, 그렇게 가고 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제가 쓸만한 사람이 된 거 같고요. 이런 마음으로 여기를 오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 있는 분들과 상담했고, '그런 마음도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하셔서 가볍게, 꾸준히 가고 있어요."간호사 친구에게 문의하고, 스태프의 혈압을 직접 재면서 능숙한 간호사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정신병동'을 마친 후 박보영은 "다은이는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 같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욕심을 버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전엔 욕심이 많았어요. 이걸 하고 싶고, 저걸 하고 싶고. 그런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운도 맞아야 하고, 타이밍도 중요하고요.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꾸준히 하고 싶어요. 이렇게 잘 이어가다 보면 또 '정신병동'과 같이 상황에 잘 맞는 작품을 잘 잡아서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