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임신·중절 해보는 게 꿈"…데뷔작으로 日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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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다시 태어난다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
쓴 이치카와 사오
이치카와 사오의 소설 <헌치백> 속 주인공 샤카는 자신을 ‘꼽추 괴물’이라고 부르는 중증 척추 장애인. 샤카는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며 남자 간병인을 10억원에 성매수하는 일을 벌인다. 그녀의 위악적인 소망은 ‘장애인의 성 권리’라는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헌치백>은 2023년 일본 문학계 대표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쥐었다. 출간 한 달 만에 20만 부가 팔려나갔다. 소설을 쓴 이치카와는 작품 속 샤카와 마찬가지로 중증 척추 장애인이다. 그녀는 14세 때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살아왔고, 전동 휠체어를 타야 했다. 태블릿으로 소설을 썼다. <헌치백>은 이치카와의 데뷔작이다.
아쿠타가와상 시상식에서 이치카와는 목에 꽂힌 기관절개 호스를 누르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어째서 2023년에 이르러서야 중증 장애인이 최초로 수상하게 됐는지 모두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허블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헌치백>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치카와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그려낸 장애 여성의 성과 삶 이야기는 크리에이터로서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