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미생물에서 왔다"[책마을]

발효 음식의 과학
크리스틴 바움가르투버 지음
정혜윤 옮김
문학동네
288쪽 / 1만7000원
현대 인류는 코로나19, 독감 등 세균 및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지만 몸에 좋지 않은 세균만 있는 건 아니다. 세균은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발효나 부패 작용을 통해 생태계의 물질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 김치다. 된장, 치즈, 요구르트 등도 그렇다.

가난과 기근에 시달리던 고대 인류는 발효 식품과 보존 기술을 발견·발명하면서 식량 부족과 기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고대 왕국 및 현대 산업도시를 건설하는 기반이 됐고, 인간이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선사했다.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 작은 미생물은 배추를 김치로, 포도를 와인으로 바꾸면서 식량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그러나 20세기 들어 각종 미생물을 이용해 직접 만드는 발효 음식은 위험한 것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공장에서 식품을 대량 생산하는 체제가 발달하면서 멸균 시설에서 베이킹파우더 같은 화학적 재료를 사용한 발효만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이로 인해 세균은 음식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위험성이 퍼졌고, 미생물과 질병의 상관성을 알리는 공중보건 운동이 벌어졌다.
<발효 음식의 과학>은 이처럼 인간과 미생물이 맺어온 관계와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음식·문화사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틴 바움가르투버는 책에서 와인과 맥주부터 김치까지 수천년간 인류와 함께한 발효 음식의 역사를 짚었다.

모든 발효가 안전한 건 아니다. 잘못 발효된 식품은 배탈, 식중독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살균과 대량 생산의 신화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멸균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효모나 곰팡이는 분명 이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발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음식의 다양한 맛과 정체성을 잃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책은 인류가 음식을 발명하면서 살아온 과정뿐만 아니라 식품학과 생물학, 철학적인 내용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과학적인 이해가 낮았던 시대에도 음식에 과학을 담아 풍부해진 인류 생활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저자는 이같이 역설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미생물에서 왔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