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마저 美 전망 낮췄다…신용등급 '안정적→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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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위험 커" 경고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단계로 유지한 무디스마저 미국 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무디스는 지난 10일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무디스는 이날 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다”며 등급 전망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미국 의회 내 정치 양극화로 채무 상환 능력이 약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미 행정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앞서 지난 8월 피치는 미 의회 대립을 지적하며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2011년에는 S&P가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뒤 12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려는 효과적인 조치가 없다”며 “막대한 수준에서 줄어들지 않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채무 상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1917년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기 시작한 이후 줄곧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평가해왔다. 그런 무디스가 이번에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면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미국의 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해서다.
美 재정적자 1.7조弗…다시 커지는 셧다운 리스크
국가 부채 33조弗, 10년새 2배…"정치 양극화…재정개선 힘들어"
미국의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재정적자는 1조6950억달러(약 2240조원)에 달했다. 전년도보다 23%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볼 수 없던 규모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세수는 감소하는데 재정지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인해 미 국채에 대한 이자비용이 불어난 것도 재정적자 급증 요인으로 작용했다.매년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면서 미국의 국가부채는 33조달러를 넘어섰다. 미 국가부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0년 만에 두 배가 됐다. 미국 국민 1인당 빚으로 환산하면 10만달러다. 가구당 부채 기준으론 26만달러에 달한다.
무디스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봤다. 극단주의로 치닫는 미국 정치권의 난맥상 때문이다. 무디스는 “미 의회 양극화로 차기 정부가 미 부채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재정계획에 합의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미 의회는 내년 예산 처리 시한인 지난 9월 말을 앞두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피하기 위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안의 마감 시한인 17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셧다운 우려는 다시 커지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2단계 임시 예산안’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1단계로 국방, 보훈, 농업, 교통, 주거 등과 관련한 부처에서 내년 1월 19일까지 필요한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다. 2단계에선 국무·법무·상무·노동부 등 나머지 부처가 2월 2일까지 써야 할 예산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11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들에게 2단계 임시 예산안을 14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조 바이든 행정부는 2단계 예산안에 반대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예산 등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셧다운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2단계 임시 예산안은 새롭지만 불확실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