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식당보다 못 벌면서 상장?"…파두에 물린 개미들 '분노'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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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업체 파두에 물린 개미들"동네 식당보다 못 벌면서 상장은 왜 했나요."
주가 4.7만→1.9만원 폭락
'어닝쇼크'에 "몰랐다" 해명
8월 상장 와중에 3분기 실적 몰라?
"AI 시대 D램이 각광
낸드·SSD는 불황 이어져"
"이 회사 상장은 그냥 사기극이네."
지난 8월 7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설계업체인 파두를 놓고 회사 경영진은 장밋빛 전망을 전달했다. '빅테크와 거래하는 기업'으로 홍보하면서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덕분에 '조(兆) 단위' 대어로 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석 달 만에 기대는 처참히 깨졌다. 올 3분기 매출은 고작 3억원이었다. 몸값은 60% 넘게 빠졌다. 파두는 "2분기에 시장은 회복 분위기였지만 3분기 말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명했다. 회사 사정을 훤히 아는 경영진이 지난 8월 상장 과정에서 3분기 '실적 충격'을 가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파두는 13일 코스닥 시장에서 오전 10시 5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32%(1010원) 오른 1만9980원에 거래 중이다. 파두가 이날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대한 입장문을 내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 회사 주가는 4만71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10일 실적 충격에 장중 1만759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올 9월 말 이 회사 소액주주만 10만4975명. 이들 보유 지분은 51%를 넘는다.
파두는 '현황에 대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낸드 및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시장의 침체와 데이터센터들의 내부 상황이 맞물려 SSD 업체들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당사의 실적 침체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 기인했으며, 기존 고객사들이 파두 제품을 타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우려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4분기에는 기존 고객사들로부터의 발주가 이미 재개됐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설계하는 업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컴퓨터 기억장치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빠르고 발열·소음은 적다. 파두는 올해 초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메타(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SSD 컨트롤러를 공급했다.
파두는 이 거래를 바탕으로 기업 설명회에서 대대적 홍보를 나섰다. 보스턴컨설팅과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 업체에 몸담은 이 회사 이지효 대표이사가 기업설명회를 주도했다. 그의 IR에 참석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메타와 거래를 뚫은 것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 시대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 수요가 주로 늘어난다"며 "낸드와 SSD 시장 전망은 어두운 상황에서 확신을 보이는 이 대표를 보고 모두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203억원, 1억원을 제시했다.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715억원, 929억원.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6195억원, 1856억원이었다. 여기에 상장 당시 비교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설계업체인 브로드컴·마이크로칩·맥스리니어 등을 내세웠다.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3분기 매출은 3억원. 올해 누적 매출은 180억원이었다. 현재 수주 잔액은 261만달러(약 34억원)에 불과했다. 올 3분기에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 경영진은 회사 사정을 훤히 알 수 있다. 3분기 실적이 이만큼 나쁘다는 것도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 대해 경영진은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매출 예상치 1203억원을 변함없이 고수했다.
이 회사는 "낸드 및 SSD 시장의 침체와 AI 강화를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렸다"며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는 당사 또한 그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낸드 및 SSD 시장의 침체는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