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조원 예산 전쟁…與 "약자 복지 최우선" vs 野 "특활비 삭감"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13일 656조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중심으로 증액을 예고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대대적 감액을 예고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시작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했다. 예결위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등 15명으로 예결소위를 구성한 바 있다. 예결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소위 위원장을 맡았다.소위에서 예산안에 담긴 세부 사업의 증·감액이 결정된다. 통상적으로 첫 주는 감액, 둘째 주는 증액이 이뤄진다. 예결소위 의결안이 나오면 종합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이 확정된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인구 구조 변화', '양극화', '경기 둔화', '사회불안범죄', '기후 위기'를 5대 위협 요소로 지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5대 분야 40대 주요 증액 사업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4 예산안 심사방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과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에 있어 '약자 복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청년, 어르신, 장애인 등 도움이 절실한 분들을 위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국민의힘 우선 인구 구조 변화와 관련해선 △시차출퇴근제에 대한 장려금 지원 확대 △육아기 근로자의 선택근무, 재택근무 등 활성화 △육아휴직 급여 단계적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는 "'천원의 아침밥'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참여 희망 모든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어르신 무릎관절수술 지원대상을 확대(+1000명) 하고, 임플란트(건보) 지원 개수를 현행 2개에서 4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둔화 부문에서는 "이공계 R&D 장학금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민간의 우수한 R&D와 대학 간 연계 촉진을 위한 산학협력 강화 예산을 반영하고, 비메모리반도체 등 대학연구소․중소기업의 혁신적 R&D 투자를 증액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 마약 오남용 통합 감시 시스템 도입,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국선 변호사 지원 확대, 지하철역의 노후화한 에스컬레이터 시설 개선 등을 증액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법무부·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소 5조원 감액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찰·국정원 등 1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선 '특활비TF(태스크포스)'를 꾸려 사용 내역이 소명되지 않은 경우 삭감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도하게 책정된 예비비, 불필요한 홍보성 예산은 삭감하겠다"며 "업무추진비와 특활비 등에 있어 나눠먹기 등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사과와 처벌규정 강화, 투명성 제고를 위한 증빙 강화,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내부지침 개선을 원칙으로 혈세 낭비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은 삭감한 예산을 R&D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사업 등 ‘5대 미래·생활 예산' 증액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R&D 예산을 의미 있게 복원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살려 청년의 내일에 힘이 될 것"이라며 "정액제 교통패스 도입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예산도 확보해 민생 부담을 덜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으로, 민주당은 올해 예산안에 이어 2년 연속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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