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려운 제약·바이오 시장…"알츠하이머로 내년 반등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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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 지수가 계속 부진한 가운데, 내년 알츠하이머 치매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항체시장 반등을 노릴 수 있다고 NH투자증권이 분석했다.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대전환’을 맞았다. 일라이릴리의 ‘젭파운드’가 이달 비만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당뇨·비만 치료제 기업으로 바뀌면서다.그럼에도 S&P500 헬스케어, 나스닥 바이오 지수는 연중 부진하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 개별 종목의 약진을 제외하면 S&P500 헬스케어 지수는 연중 내내 하회했다”며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바이오 지수 동반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대형 항체시장이 살아나야 한다고 박 연구원은 분석했다. GLP-1 시장 규모가 항체시장의 5분의 1 정도로 제한적이다보니, 기본적으로 항체시장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져야 바이오 지수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체시장 성장 관련 주요 모멘텀으로는 △레카네맙 피하주사(SC)제형 승인 신청 △일라이릴리의 FDA 승인 등을 꼽았다. 앞서 일라이릴리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도나네맙 승인을 내년 1분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박 연구원은 “레카네맙의 용법 용량과 약가기준, 진단 인프라가 발전되지 않은 현재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알츠하이머 잠재 시장은 257억달러(약 33조9800억원)로 추산한다”며 “레카네맙의 처방 장벽인 PET 스캔의 급여 확대는 항체의약품 성장률 확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레카네맙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CSF) 측정이 필요한데, 보험적용이 되지 않을 시 1회 비용이 5000달러(약 660만원)에 달한다. 박 연구원은 “지난 10월 미국 보험청(CMS)이 건강보험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을 폐지했기 때문에 환자 접근성 개선의 핵심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역 공보험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장이 다시 반등하는 시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형 CMO(위탁생산)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산업 반등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우시 등 초대형 CMO, 그리고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 기업과 일루미나 써모피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모두 부진했다”며 “2022년 초부터 바이오 산업이 움츠러들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체의약품 성장률 역시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어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던 글로벌 항체의약품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7.9%로 하락했지만 2024~2025년 다시 10%대로 회복될 전망”이라며 “알츠하이머 및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성장할 경우, 2026년 이후 성장률도 10%대 이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