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감독 "정우성 가장 잘 찍는 감독? 이정재한테 지면 안 되죠"

김성수 감독 '서울의 봄' 연출
'비트' 이후 정우성과 다섯 작품째
"정우성과 함께하면 계속 잘되지 않을까"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이 배우 겸 감독 이정재에게 "질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다섯 작품째 함께한 정우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정우성과 김 감독은 1997년 영화 '비트'를 통해 연을 맺고,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아수라'(2016)에 이어 '서울의 봄'을 함께 했다.

앞서 영화 '헌트'를 통해 이정재의 잘생김을 가장 잘 담는 감독은 '청담 부부'인 이정재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이정재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에서 정우성이란 배우를 가장 멋있게 찍었으면 했다"라며 "김성수 감독보다 더 잘 찍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이 언론 시사 등을 통해 첫선을 보이자 '역시 정우성을 가장 잘 찍는 건 김성수 감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 감독은 "제가 이정재 감독한테 지면 안 되죠"라며 "친해서 하는 소리다. 저는 '헌트'처럼 재밌는 영화는 못 찍겠다"고 말하며 웃었다.김 감독은 정우성에 대해 "'비트'를 하면서 서로 잘 됐다. 저 사람이랑 계속하면 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이 말하는 정우성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특이한 사람. 그러면서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고 괜찮은 인간"이라며 "정우성의 선한 이미지를 극 중 이태신에 녹인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성이 연기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권력을 목표로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전두광(황정민)의 대척점에 서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는 인물이다. 이태신은 장태완 제7대 수도경비 사령부 전 사령관을 모티브로 했다.김 감독은 "실존 인물은 불같은 분이다. 전두광보다 더 무시무시할 것"이라며 "캐릭터를 바꾸면서 이태신 이름도 많이 바꾼 것이다. 활화산 같은 전두광에 비해 점차 다 떠나고 혼자 외로이 남게 되는데 그래도 흔들림 없고 지조 있는 선비와 같은 품위와 자기 고집을 가진 남자였으면 했다. 실제로 정우성이 그런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우성은 남에게 화내거나 훈계하거나 강압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헌트'를 했다고 해도 되려나 하고 고사했는데, '한다'고 할 때까지 괴롭혔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봄'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시기 사건을 모티브 한 '헌트'와의 비교에 대해 김 감독은 "제 생각엔 '헌트'도 역사로 파생된 사건을 소재로 역사를 재료로 삼아 박진감 넘치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역사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 그 사람(전두환)의 존재감도 별로 없고. 실존 인물에 대한 힘이 강하지 않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저희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서울의 봄' 촬영 중 정우성과 냉랭한 시기도 있었다고 김 감독은 털어놨다. 그는 "연기는 배우가 90% 하지만 감독도 함께 만들어낸다. 정우성과 저는 협업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 사람이 의견을 내지 않을 때, 아이디어 내 오라고 그랬다. 이번 영화 초반엔 그랬는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너무 고독하고 외롭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왜 내 평상시 행동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이야기하더라. 나는 이태신과 정우성의 평상시 모습이 닮아 있어서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정우성은 '나로 출발해 이태신으로 와있는데 자꾸 뒤돌아서 가져오라고 하는 주문이 힘들다고 했다. 이후부터 의견을 내지 않을 테니 감독에게 맡기겠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냉랭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정우성이 세종로의 바리케이드를 혼자 넘어갈 때 진짜 이태신 같았다"고 했다. 둘 사이는 괜찮냐고 묻자 "동지적인 그런 게 있어서 괜찮다"고 답했다.

배우로서 정우성에 대해 김 감독은 "외로움에 대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마음속에 외로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고 칭찬했다.'서울의 봄'은 1979년 서울에서 벌어진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최초의 영화다. 신군부 세력과 그들을 막으려는 군인들의 일촉즉발 대립을 그린 작품.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했다. 오는 2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