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정부 근로시간 설문 '답정너'…노사정대화 참여 어려워"

"정부가 원하는 결론 유도하는 방식" 비판
정부가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노사정 대화를 통한 개편 계획을 밝히자 노동계는 '답정너' 설문이라고 꼬집으며, 대화 참여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13일 정부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전례 없는 대규모 면접 조사를 했다며 신뢰성을 포장했지만, 원하는 답을 받으려는 의도된 질문의 나열과 뻔한 결과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지난 6∼8명 6천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해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데 동의 응답이 비동의보다 더 많았다며, 이러한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직종을 대상으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노사정 대화 등을 통해 확정한다고도 밝혔다.

한국노총은 "설문 결과에 대한 개선 방향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특정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필요가 있다면 현행 탄력근로시간제나 선택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설문 문항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질문으로 일관돼 있다며 "전반적으로 주52시간제의 문제점 및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그래서 정부가 추진하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선 주 52시간 상한을 지키면 되는 일"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시간 개악 추진을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 참여 요청엔 선뜻 응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을 선정하겠다는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 명분용 노사정 대화엔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답을 정해놓고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데 참여할 노동계가 어디인지 되묻고 싶다"며 "노동시간 정책의 핵심은 5인 미만으로 사업장 쪼개기, 포괄임금제, 특별연장근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등 '노동시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