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 너무 싼 현대차·기아 주가…'저가 매수' 추천 이유가

실적 대비 주가, 집계 이래 최저
수요 감소 우려가 주가 발목 잡아

"차종 믹스 개선 등 경쟁력 제고 중
내년 3분기 전기차 모멘텀도 유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1~17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현대차그룹 아트카가 도시를 돌며 부산을 알리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적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 PER)이 3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건 자동차 수요 사이클이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미래차 부문 경쟁력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차종 믹스가 개선된 점,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3분기께 전기차 관련 새로운 모멘텀이 예정돼 있어 주가가 떨어진 지금 저가 매수를 추천하는 목소리도 있다.

뚝뚝 떨어진 현대차·기아 주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3일 개최한 '제3회 HMG(현대차그룹)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유지한 자율주행사업부 전무가 발표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가 14일 17만5700원에 장을 마쳤다. 전일 대비로는 1.10% 올랐지만, 연중 고점(5월 10일) 대비로는 16.57% 떨어진 가격이다. 기아는 연중 고점(5월 11일)에 비해 13.21% 떨어진 7만8200원에 이날 마감했다.

이들 종목의 실적 전망이 나빠진 건 아니다. 현대차의 2024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 14조7304억원에서 최근 14조3834억원으로 오히려 개선됐다. 기아도 같은 기간 11조8246억원에서 12조869억원으로 더 좋아졌다. 국내 상장기업 다수의 내년 실적 전망치가 급격하게 조정 받고 있지만, 이들 종목은 반대 흐름을 보이면서도 주가는 떨어졌다.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2M PER은 지난달 30일 4배 미만으로 처음 떨어졌고 이달 13일에는 3.95배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12M PER이 4배 이하로 떨어진 건 에프앤가이드가 관련 수치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3일 기아의 12M PER은 3.37배로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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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등으로 수요 감소 우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컨센서스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요 감소 우려가 주가 반등을 가로막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호실적이 지속될지에 대해 시장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낳은 가격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이후 시장의 주도권은 전기차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공급 부족으로 인한 이연수요가 최근 대부분 해소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쇼티지가 심할 때 일부 차종은 주문부터 인도까지 1년이 걸리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백오더(계약 미출고분)가 크게 줄었다"며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출고되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도 자동차 수요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같은 고가의 내구재는 대출을 끼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내구재보다 금리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아직은 실적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오래 지속된다면 수요가 계속 버텨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내년 3분기 전기차 모멘텀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판매하는 차종이 다양해고 히트 상품이 많이 나오는 등 기업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연구원은 "현대차는 과거 대중적 차종을 주로 팔던 브랜드였는데 이제는 제네시스로 대표되는 고급차종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까지 판매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수년 전까지 8~9%대였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1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내년에 미래차 분야에서 새로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만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3분기께 전기차 신모델을 발표하고, 미국 전기차 공장의 생산량도 이때쯤에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3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에서 이미 2위에 올라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했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도입 일정이 미뤄지는 등 관련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연기관차 부문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미래차 연구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여기서 더 높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고가 내구재 기업의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실적이 매우 좋기 때문에 연말 배당을 후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