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유엔군사령부 국방장관회의에 대해 한반도 형세에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주지하듯 이른바 '유엔군'이라는 것은 냉전의 산물로, 법적 근거가 없고 일찌감치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관련 국가가 '유엔군' 간판을 내걸고 회의를 여는 것은 대결을 야기하는 것이요,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고, 반도(한반도) 형세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관련 국가가 '유엔'의 이름을 도용해 사리(私利·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중지하고, 실제 행동으로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열린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17개 유엔사 회원국의 대표가 참석했다.
유엔사 회원국은 6·25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등 3개국이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됐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로도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한미연합군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군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유엔사가 출범한 이래 70여년간 계속해서 핵·미사일과 사이버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대한민국과 미국뿐 아니라 역내 동맹국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중국·러시아를 향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경제 제재를 피해 북한의 미사일 발전을 돕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성토했다.
17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참석자들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며 북한의 불법행위 중단과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또 현재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여 상호 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유엔사 참모부에 장성급을 포함한 한국군 파견과 유엔사 회원국 확대를 제안했다.
북한은 중국에 앞서 이번 회의를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전날 공보문에서 이번 회의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전쟁 지향적 구도로 더욱 확고히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