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룡' 엑슨모빌 "리튬업계 1위 되겠다"

'오일 메이저' 전기차 시대 대비

"4년뒤 생산 돌입" 공식 발표
전기차 연 100만대분 공급 계획

에퀴노르·옥시덴털도 뛰어들어
BP·셸,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이 4년 뒤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엑슨모빌은 2030년 리튬업계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엑슨모빌을 비롯한 석유 공룡들이 전통 석유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美에서 전기차 100만 대용 리튬 생산

엑슨모빌은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서 2027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리튬 생산을 시작하고, 2030년에는 연간 100만 대 넘는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생산을 늘리겠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엑슨모빌은 2030년까지 리튬업계 ‘선두 공급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엑슨모빌은 올초 아칸소주 남부에 있는 12만에이커(약 485.6㎢)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탐사업체인 갈바닉에너지로부터 매입했다. 이곳에는 400만t의 탄산화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5000만 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리튬산업은 리튬 정광을 채굴하거나 염수호(소금물 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원재료 생산,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 등으로 나뉜다. 염수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작업은 원유 시추 및 배관 추출, 가공 작업과 비슷해 석유기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엑슨모빌은 “기존 석유 시추 방법을 활용한 ‘직접리튬추출(DLE)’ 기술로 리튬을 분리하겠다”며 “DLE가 기존 경암(硬岩·폭약을 써서 채굴하는 단단한 암석) 채굴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DLE는 염수에서 리튬을 흡착하는 방식으로 채산성이 뛰어나 리튬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댄 암만 엑슨모빌 저탄소솔루션사업부 사장은 “리튬은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이라며 “엑슨모빌은 전동화의 길을 닦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BP,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 대량 구매

엑슨모빌은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가 2025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튬 수요는 2030년까지 네 배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리튬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엑슨모빌은 리튬에 투자한 석유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이다. 노르웨이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는 2021년 리튬 개발업체 리튬드프랑스 지분을 인수했고, 미국 에너지기업 옥시덴털은 리튬 기술업체 테라리튬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다른 석유 기업들 역시 미래 전략을 위해 다양한 에너지원에 투자했다. 유럽 에너지 대기업 셸은 지난해 바이오메탄 생산업체 네이처에너지를, 올해 4월엔 전기차 충전기업 볼타를 인수했다.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30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짓고 전 세계에 10만 곳 넘는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1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초고속 충전기를 주문했다. BP는 또 지난해 호주 재생에너지 허브(AREH) 프로젝트의 지분 40%를 사들였고, 재생가능 천연가스 생산기업 아키아에너지를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석유 기업이 풍력·태양광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한 데 비해 미국 업체들은 전통적인 사업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정에너지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