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스파이 4년간 1310명…6개월 이상 징역은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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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이 유출범 키워특허청 기술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산업재산권(특허·영업비밀·디자인·기타) 침해 사범 1310명 중 6개월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국가 핵심기술 유출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기업에 책임 전가하기도
14일 한국경제신문이 2019년 3월 특허청 기술경찰 수사업무 개시 후 올해 10월까지 검찰 송치 피의사건 처분을 전수 분석한 결과, 산업재산권 침해 사범 1310명 중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피의자는 31명이었다. 이 가운데 4명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모두 6개월 미만의 형량이었다. 벌금형도 1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이 2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형을 받은 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법원이 적용한 다양한 감경 사유가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핵심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그러나 법원은 △초범 △진지한 반성 △기업의 피해 복구 등의 이유를 들어 형량을 낮췄다. 산업재산권을 침해당한 회사가 영업비밀 관리 등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감형이 이뤄지기도 했다. 피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형량이 내려갔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과 맞물려 기술 유출 사건은 매년 늘고 있다. 특히 기술 유출과 관련 깊은 영업비밀 사범은 2019년 20명에서 올해 105명으로 다섯 배로 증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영업비밀 등 산업재산권 해외 유출 범죄의 양형을 엄정하게 개선하고 기술 유출 피해액을 산정하는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조속하게 마련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과 관련한 수사는 특허청 기술경찰과 대검찰청 기술유출범죄수사지원센터,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이 나눠 맡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