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작창가 4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들이 작창한 음악의 일부를 들려준 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밝혔다.
'금도끼 은도끼'를 작창한 이연주는 창극 '패왕별희', '정년이' 등에 출연한 국립창극단 대표 중견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창극에는 서양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음계가 숨겨져 있고, 꾸밈음과 시김새(음을 꾸미는 장식음) 등이 내포돼 있다"며 "작곡가 선생님들이 음을 주시면 판소리의 전통 어법이나 맛을 못 살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소리를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 작창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말맛을 살리고 장단을 쫀쫀하게 채워가면서 이야기를 살리는 비법을 배운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한별은 '도깨비 쫄쫄이 댄스복 아줌마!' 작창 과정에 대해 "말맛 가득한 텍스트를 소리로써 많이 구현해내고 싶었다"며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전자악기도 고민했고, 유튜브를 보면서 어떤 사운드가 있는지 알아봤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혼자 부르는 판소리와 달리 배역을 나눠 부르는 창극에서는 각 배우의 음역대를 고려해야 한다.
'두메'를 작창한 국악인인 이봉근은 "개인적인(혼자 하는) 작품들을 주로 하다 보니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을 작창하는 게 어려웠다"며 "판소리 안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배우들의 어떤 소리를 부각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가 같이 부르는 합창 부분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며 "화성법을 애용해 성부를 나누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멘토로 신진 작곡가들의 작업을 지켜본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는 "제가 하는 방식과 너무 차이가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한 교수는 "신세대답게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며 "오리지널 판소리 어법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고집해서는 요즘 트렌드 따라갈 수 없다.
요즘 창극이 흥행하는 것도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에 관한 공부도 철저히 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작창은 창극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지만, 현재 정규 교육 과정에서 작창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물도 손에 꼽히는 실정이다.
창극단의 작품의 작창도 대부분 명창 안숙선이 도맡아왔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창극에서 작창은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중요한데, 그동안 쉽게 생각해온 것 같다"며 "'그냥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창가 육성은) 시연회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작가, 연출가 프로젝트까지 연계해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