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를 아시나요…우리가 달의 뒷면보다도 훨씬 적게 아는 곳이요[책마을]

[arte] 책 리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시공사
416쪽 / 2만3000원
"우리가 달의 뒷면보다 심해에 대해 아는 게 훨씬 적다는 걸 아십니까?"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고래 박사' 우영우(박은빈 분)은 물었다.

심해는 인류에게 미지의 공간이다. 저 멀리 아득한 밤 하늘의 달, 그 달의 뒷면보다도 인류는 바다에 대해 모른다. 바다에 대해 모르니 함부로 대했다. 해로운 물질을 일단 바다로 밀어넣는 등 지구의 쓰레기통쯤으로 여겼다.
최근 국내 출간된 <눈부신 심연>은 심해 생명과 그를 위협하는 인간에 대한 책이다. 진화를 통해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능력을 갖게 된 '에니프니아스테스'처럼 생소하고도 신비한 심해 생물들이 페이지 곳곳에 출몰한다. 책 마지막에 수록된 8페이지짜리 올 컬러 부록에는 '바토코르다이우스므크누티' 등 신비로운 심해 생물의 사진이 담겨 있어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영국의 해양 생물학자 헬렌 스케일스로, 케임브리지대에서 해양 생물학과 과학적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해양 보존 자선 단체 '바다 활동가들(Sea Changers)'의 과학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BBC라디오 등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지구와 바다의 경이로움, 그리고 그 앞에 닥친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총 4부 중 1부와 2부는 '미지의 공간' 심해에 대해 다뤘다. 심해 생물의 신비, 그리고 심해 연구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연구자는 심해에 접근하기 어렵고 연구도 까다롭다. 우주 비행사는 한번 우주로 나가면 수개월씩 머물며 연구하는데, 심해 탐사자는 한 번에 24시간 이내 머물 수 있을 뿐이다. 심해가 얼마나 경이롭고도 위험한 공간인지는 불과 몇 달 전 일어난 심해 잠수정 '타이탄' 실종 사건이 증명한 바 있다. 3부와 4부는 각각 심해를 착취하는 인간과 이를 막고 심해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조명한다.

오렌지러피라는 물고기는 '미개척지' 심해를 향한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심 180~1800m에서 살아가는 이 물고기는 250년까지 산다. 태어난 지 20~40년이 지나야 번식을 할 정도로 번식력이 약하지만, 저인망어업 기술이 발달되기 전까지는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문제를 겪지 않았다. 20세기 후반에 그물을 한 번 던져 몇 분 만에 50t씩 물고리를 잡아들이는 싹쓸이 어업이 횡행하면서 오렌지러피는 멸종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심해 생태계를 보존하는 건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책은 말한다. 깊은 바다는 태양의 복사열로부터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심해 생물들은 수면과 심해를 오가며 매년 수백, 수천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획·저장한다. 이에 책은 "심해의 위기는 곧 지구 공동체 전체의 위기"라고 경고한다. "심해에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것들은 절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보이지 않고 발 들이지 못할 장소, 끝내 놓쳐버릴 찰나의 순간, 누구도 짐작할 수 없고 인간의 시야에서 한사코 벗어난 민첩한 생물까지. 정녕 저것들을 지키고 싶다면 온 힘을 기울여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만 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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