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美 굴지 CEO들, 시진핑 만나러 샌프란시스코 집결

사진=REUTERS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미 샌프란시스코로 모여들고 있다.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미중 관계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선되면 중국 사업을 다시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목적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리는 CEO 서밋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한 미국 산업계의 거물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 외에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등이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CEO 서밋은 14~16일 진행되며 15일 시 주석과 미 기업 CEO들의 만찬이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많은 경영진이 만찬에 초대받았으며, 대기자 명단에 오르려 하는 경영진들도 다수”라며 “만찬은 덜 공식적인 자리에서 CEO들의 우려와 야망을 밝힐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최근 미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자국 안보이익을 이유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부문의 대중 수출 및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수입국도 포섭해 수출 규제를 확대했다. 중국은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갈륨과 게르마늄 등 원자재 수출을 통제하며 맞섰다.

그러나 미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다국적 기업들에 미국에 이은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은 중요한 국가다. 블룸버그는 “미 기업들은 기술에서 물류, 석유 및 가스, 금융까지 점점 늘어나는 규제와 수출 통제를 겪으면서도 중국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EPA
애플처럼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애플은 대만 협력업체 폭스콘을 통해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아이폰 기기를 대량 생산해왔고, 매출의 20% 가량이 중국에서 나왔다. 그러나 애플의 3분기 중국 매출은 150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54억7000만달러)보다 줄었다.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 견제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와의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최근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아이폰 사용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의 디리스킹에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 자본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3분기 중국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광범위한 척도인 직접투자소득은 118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올 들어 이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팀 쿡 애플 CEO와 머스크 CEO 등을 중국에 초청했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대학 경영학 조교수 댄 프루드옴므는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CEO들을 만난다면 미중 관계가 해빙되고 있다는 신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PEC에 참석하는 상당수 기업들은 군사 목적의 제품을 만들지 않아 미 정부의 무역 레이더망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며 “이들은 시 주석에게 자신들이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표적이 돼서는 안된다고 설득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