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2의 냉전…내년 주목해야 할 글로벌 트렌드 10가지

英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2024년 10대 트렌드'
사진=AFP연합뉴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전세계 절반 이상이 선거시즌을 맞아 들썩거릴 전망이다. 국지적 무력 분쟁과 중동정세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신냉전'과 세계 자원 지도 재편에 따른 새로운 녹색 강국의 부상이 예고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년도 주목해야 할 글로벌 10대 트렌드(The World Ahead 2024) '를 선정했다.

◆글로벌 선거 시즌

미국, 영국,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등 내년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42억명이 70여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최근 투표율 패턴에 따르면 약 20억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전세계 곳곳의 투표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역대 최대 규모 선거 시즌을 맞아 전세계 민주주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주주의 승리가 아닌 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미국 유권자 선택이 글로벌 좌우

내년 가장 중요한 선거로 미국 대선이 꼽힌다.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판결과 미국 유권자 선택에 따라 중동 분쟁 등 기존 세계질서가 크게 바뀔 수 있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운명도 러시아 유권자보다 미국 유권자에 더 좌우될 것이란 설명이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내년 미국의 선거 결과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의 장기전이 지속될 것이지만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가 장기전에 필요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통합 작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동 정세 혼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이 중동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가 더 큰 지역 분쟁으로 번질 지,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주목된다. 특히 지나치게 팽창한 초강대국 미국에게 더 복잡하고 위협적인 세계에 적응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지적 분쟁 심화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가자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틀어져버렸다. 러시아도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에서 국지적인 분쟁들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이다. 특히 사헬 중부 지역 등을 중심으로 각지에서 폭력과 분쟁이 확산되면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2의 냉전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대만에 대한 긴장은 고조되고,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면서 '신냉전'이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기업들의 노력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모두 친환경 자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남부의 '중간 강대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전망이다.

◆新에너지 지리학

청정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녹색 강대국을 탄생시키고, 에너지 자원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리튬, 구리, 니켈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 반면, 석유와 가스, 이들 자원의 공급을 지배하고 있는 지역들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친환경 자원 경쟁이 지정학과 무역을 재편하면서 예상치 못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 친화 정책을 엘리트들의 음모로 간주하는 '그린래시(녹색정책과 반발의 합성어)'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미국 경제는 올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경기 침체는 피하더라도 금리가 '더 높은 수준, 더 오랜기간' 유지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고통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을 예의주시해야 하며,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AI)

기업들은 AI를 도입하고, 규제 당국은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규제에 대한 접근방법과 실존적 위험에 대한 논쟁들이 심화하고, 예상치 못한 악용 사례들도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나로 묶인 세계?

전 세계가 내년 파리 올림픽을 즐기고, 미국 크리켓 월드컵을 관람하면서 이념적 차이를 넘어선 글로벌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통합을 기대한 사람들은 당황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