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순항'인데 유럽은 '난항'…리튬값 상승 전망 나오는 이유 [원자재 포커스]

핀란드·포르투갈·스페인·세르비아 등서
리튬 생산 줄줄이 차질…환경단체 반발 탓

미국에서 다수의 리튬 프로젝트가 순항 중인 가운데 유럽의 상황은 정반대다. 환경단체의 반대 등에 부딪혀 개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리튬 가격이 반등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업체 시바니예 스틸워터의 닐 프론만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들에게 “유럽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사업) 허가 지연, 지역사회의 반발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사의 배터리 광물 프로젝트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광산 개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론만 CEO는 “다수 프로젝트가 가동되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리튬값을 밀어 올려 전기차(EV)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바니예는 핀란드에서 초기 비용 6억5600만유로(약 9299억원)를 투자해 리튬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시바니예의 지분은 80%다. 2025년부터 배터리 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수산화리튬을 연간 1만5000t씩 유럽 배터리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광산 개발 허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금속 컨설팅업체인 SFA옥스포드에 따르면 현재 포르투갈과 스페인, 세르비아 등에서도 리튬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좌초될 위험에 처해 있다. 대부분이 시바니예와 같이 사업 허가 관련 환경단체들의 제동에서 비롯됐다. SFA옥스포드는 “중국 기업들이 점령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비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허가 요건 자체를 까다롭게 두고 있는 데 대한 업체들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유럽 지역에서의 리튬 생산 차질로 2025년부터는 지속적인 공급 부족이 나타날 거란 관측이다. 2030년까지 전략 광물 수요량의 10%를 역내에서 충당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는 EU가 핵심 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핵심원자재법(CRMA)’ 최종안 내용 중 일부다.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 탐사팀이 네바다주와 오레곤주 경계 지역 칼데라(화산 폭발 후 수축으로 생긴 함몰지형)에서 매장량 2000만~4000만t 규모의 리튬 점토층을 찾아냈고, 최대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도 2027년부터 리튬 생산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청정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전략 광물로, ‘하얀 석유’라고도 불리는 리튬 공급망은 전 세계 주요국의 각축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업체 GEL은 이날 2030년까지 6억파운드(약 9769억원)를 들여 리튬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말부터 생산에 착수,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25만대에 들어가는 리튬 1만2000t을 뽑아내겠다는 목표다.

올해 중국발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요인으로 리튬 가격은 급락세를 나타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상하이 비철금속 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산리튬 가격은 이날 기준 t당 14만8500위안으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